“스톡옵션으로 ‘인생 로또’ 기대했는데...” 상장사들 주가 급락에 대안 마련 비상
“인재 이탈 지속, 근로자 사기도 떨어질 것”
바이오 기업 A사 대표는 최근 고심이 깊어졌다.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직원들에게 제공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기존에 제공한 스톡옵션을 회수하고 계약 조건을 바꿔서 재부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인재 영입과 직원 복지 등을 위해 제공한 스톡옵션 가치가 떨어지자, 행사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기존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재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IB)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들이 임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스톡옵션 행사가가 떨어지자, 기존 스톡옵션 행사 취소를 결의하고 다시 가격을 산정해 재부여하는 계약 조건 변경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하자, 회사가 당초 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은 임직원들이 시세보다 유리한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임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한 주요 성과보상 제도로 꼽힌다. 스톡옵션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도해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인재 영입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 쿠팡,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형제그룹,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제넥신, 에이비엘바이오 등 상장사 대다수가 스톡옵션으로 인해 임원들이 시세차익을 실현하며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스톡옵션은 주가가 높아질수록 시세 차익 규모가 커진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후 주식 시장을 부양해온 ‘유동성 잔치’가 막을 내리며, 주가지수도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하락세를 걷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악화하자 유럽 경기 악화, 강달러 현상으로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은 더욱 커졌다. 연초 3000선을 넘보던 코스피지수는 2290선까지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도 2020년 초부터 2021년까지 2년간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50% 이상 급상승했으나, 현재는 700선을 내줬다. 코스피, 코스닥 종목도 줄줄이 신저가를 맞았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상장 이후 기업들은 스톡옵션 행사가 대비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을 맞딱뜨리게 됐다. 공모가 대비 30~50% 떨어진 기업들도 상당수다. 스톡옵션이 반토막난 기업들도 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나눠준 스톡옵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회사의 초기 투자자인 직원들 중에는 기업의 가치를 보고 회사에 들어왔다가 스톡옵션에 대한 가치가 하락하자, 퇴사를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한 스타트업은 금융투자업계 임원을 영입하고자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으로부터 스톡옵션을 받고 이직을 해도, 큰 매매차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이 주가 급락으로 인해 존재 의미를 잃자, 직원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대안을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한 상장사 임원은 “전환사채(CB) 발행,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임직원들에게 수익이 나면 팔 수 있는 요건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장사 임원은 “기존에 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조건을 변경하고, 현재 시세에 맞는 가격으로 낮춰 재부여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면서 “임직원들이 가진 스톡옵션의 가치 하락에 따른 사기저하를 막고,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식시장 상황이 급변한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짧게 가져갈 수 있게 하거나, 현재 시세에 맞는 적정가로 재배분하는 방식, 스톡옵션 손해를 만회할 인센티브나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인재 이탈은 지속되고 근로자 사기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옵션 행사가 계약조건 변경은 법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스톡옵션의 행사가는 상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액면가와 부여 시점의 시가 중 높은 금액 이상이어야 한다”면서 “만약 시가가 너무 내려가서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실익이 없어질 경우를 대비해 계약 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으로 상호합의에 의거해 기존 부여된 스톡옵션을 취소하고, 다시 낮은 가격으로 재부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이는 주주총회 결의사항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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