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냐” vs “사회적 재난”...참사 지원금 두고 와글와글
유족·부상자에 구호금 지원, 세금 감면
정부 지원금 계획 발표에 찬반 엇갈려
정부가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이의 유족들과 부상자들에게 지원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논란이 일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애도하는 것은 마땅하나, 정부 차원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의 이태원 참사 관련 지원 대책안에 따르면 사망자는 장례비를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유족과 부상자 등에게는 구호금과 더불어 세금, 통신료 감면 등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유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서울시 차원에서도 생활안전지원금과 장례절차지원금 명목으로 4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의 지원금 선정은 행안부 소관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사회재난 생활안정지원 항목별 단가’에 따른다. 사망·실종자의 경우 세대주나 세대원 관계없이 인당 2000만원을 받게 되며 부상자는 500만~1000만원을 받게 하는 규정이다.
관련 내용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금 지급은 과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참여자의 95%가 ‘지원금 지급은 말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 지원금 지급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5%뿐이다.
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50대 직장인 A씨는 “참사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누구도 그 사람들에게 이태원에 가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등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 20대 직장인 B씨는 “자연재해도 아닌데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건 책임 소재가 당국에 있다고 인정하는 셈인데 앞으로도 개별 사건·사고에 대해 모두 지원금을 줄 생각인가”라며 “국가유공자들도 그 정도 대우는 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B씨는 이어 “사회적 책무를 다한 것도 아니고 유흥을 즐기러 간 사람들”이라며 “안타깝다고, 슬프다고 무분별하게 세금으로 도울 수는 없다. 조금 과장하면 자녀들의 대입·취업 지원에도 특혜를 주자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회적 재난인 만큼 지원금 지급과 장례절차 지원 등이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대 직장인 C씨는 “누구나 갈 수 있었던 현장이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참사”라며 “정부마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D씨는 “사고 당일 동생이 스마트폰을 잃어버려 가족들이 울면서 기다렸다. 무사히 돌아왔을 땐 다리가 풀렸을 정도”라며 “나도 이렇게 놀랐는데 (유족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잡히는 일이 없을 텐데 정부가 지원해주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정부가 사회재난을 계기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건 이번이 11번째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2012년 휴브글로벌 불산누출 ▲2014년 세월호 침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앞선 사례다.
정부가 지급하는 참사 구호금은 국비 70%, 지방비 30%로 마련된다.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이와 관련, 1일 YTN 인터뷰에서 “액수가 많고 적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국가가 유족들에게 표할 수 있는 예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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