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은 “윤석열 정부 직무·성과급제 반대”···이유는?

조해람 기자 2022. 11. 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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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국민 절반 이상은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제 임금체계 개편에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10명 가운데 4명은 연공급제에 찬성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5일~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에스티아이가 수행했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응답자 1000명 중 466명은 임금노동자다.

직무·성과급제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안이다. 직무급제는 직무의 난이도나 가치에 따라 임금을 달리 책정하는 체계다. 성과급제는 작업성과나 능률을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를 뜻한다. 연공급제(호봉제)는 여러 해를 근무하면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100인 이상 기업 중 57.6%가 호봉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다만 전체 영세사업장까지 모두 계산하면 ‘임금체계 없음’이 61.4%로 가장 많다.

응답자 50.7%는 직무·성과급제 임금개편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3.3%,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6.0%였다. ‘반대’ 응답은 40대에서 59.4%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에서 40.6%로 가장 낮았다. ‘찬성’ 응답은 60대 이상에서 43.5%로 가장 높았고, 18~29세에서 27.9%로 가장 낮았다. 임금노동자 기준으로는 ‘반대’가 58.4%로 가장 높았고, ‘찬성’이 26.2%, ‘잘 모름’이 15.4%였다.

국민 58.6%는 ‘직무·성과급제가 임금격차 해소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도움 될 것’이 30.5%, ‘잘 모름’이 10.9% 순으로 나타났다. 임금노동자에서는 ‘도움 되지 않을 것’이 65.9%로 높았다. ‘도움 될 것’이 24.8%, ‘잘 모름’이 9.3% 순이었다.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해야 기업별·세대별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정부 견해와 다르다. 연공급제에 대해서는 국민 42.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가 28.4%, ‘잘 모르겠다’가 28.8% 순이었다. 임금노동자에서는 ‘찬성’이 38.4%, ‘반대’가 32.9%로 격차가 줄었다.

한국노총은 “국민의 실제 생활비 중 식료품비,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아서 아직은 생애주기별 임금이 반영되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이 여론조사에서 ‘생활비 지출 비중’을 물은 결과 식료품비(31.2%), 주거비(26%), 교육비(9.1%), 의료비(8.5%) 순으로 나타났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임금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조해람 기자

노동계에서도 직무·성과급제는 ‘뜨거운 감자’다. 임금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임금체계를 성급하게 개편하면 애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직무급제의 근거인 ‘직무에 대한 가치 평가’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금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대안 모색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객관적인 직무가치 차이를 측정할 수 없으며, 육체노동 및 작업조건에 대한 저평가와 사회적 가치 미비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필수”라며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면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고, 직무평가에 노사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기업 수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산별연대임금 같은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계 스스로 (기업 중심 시각의 직무급과 대비되는)‘사회적 직무급’을 추구해야 하지만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1차 노동시장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2차 노동시장의 상황을 구별해야 한다”며 “1차 노동시장은 노조들 스스로 유사 수준 기업들끼리 임금수준을 수평적으로 조율해 통일된 임금테이블을 구현해야 하고, 2차 노동시장도 각 직종을 포괄하는 산별임금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문제의식이 담긴 산업별 임금 테이블은 불평등을 빠르게 줄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노조가 있는 곳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기존 노동자에게는 기존 임금체계를, 새 입직자에게는 새 임금체계를 나눠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무노조부문에서는 제도개선을 통한 소득불평등 감소와 노조 조직화 기반 마련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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