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우영우 만든다” KT그룹 산하 12개 채널 가진 스카이라이프TV 출범
CJ ENM 이어 단숨에 업계 2위
넷플릭스 점유율 가져오는 것 목표
KT그룹의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인 스카이라이프TV가 미디어지니를 흡수합병해 1일 공식 출범했다.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의 통합 브랜드인 ENA는 지난 여름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을 바탕으로 이번 합병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카이라이프TV는 이번 합병으로 단숨에 채널 12개를 가진 대형 MPP로 성장했다. 15개 채널을 가진 CJ ENM에 이어 2위로 올라선 것이다.
◇ 스카이라이프TV, 12개 채널 확보해 업계 2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KT는 미디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진 CJ ENM이 시청 점유율 부분에서 압도적인 상황이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AGB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스카이라이프TV 시청 점유율은 2.1%였던 반면 CJ ENM은 12.9%로 1위였다. 그 이외에는 MBC 계열이 4.9%, SBS와 KBS 계열이 각각 4.3% 수준이었다.
이번 합병으로 스카이라이프TV가 매출 면에서 당장 비약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지니가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디어지니의 연매출은 223억원에 불과한데, 스카이라이프TV는 7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합병으로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스카이라이프TV가 대형 MPP로 거듭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MPP는 채널 수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선택지나 협상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보다 광고 매출이나 콘텐츠 제작 등에 있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실제로 스카이라이프TV는 드라마 우영우 인기로 지난 2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인 153억원의 광고수익을 올렸다. 이번 합병을 통해 ENA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채널 수입을 극대화하는 것까지 노릴 수 있다.
만약 스카이라이프TV가 내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게 되면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할 수 있다. 다만 ENA 이외에 남은 채널을 어떻게 브랜딩화 하느냐가 남은 숙제다. 앞서 지난 4월 KT는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의 주요 채널 중 4개를 선별해 ENA 브랜드로 개편하면서 ENA와 ENA플레이는 스카이라이프TV가, ENA드라마와 ENA스토리는 미디어지니가 운영해왔다. 그 이외의 나머지 채널을 어떤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CJ ENM도 지난 2020년부터 산하 채널을 tvN으로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예능프로그램을 다루는 tvN과 더불어 tvN 스토리, tvN 드라마, tvN 무비, tvN 쇼 등으로 묶어 나가는 식이다. 예컨대 지난 5월 CJ ENM은 기존에 운영했던 라이프스타일 채널인 ‘Olive’를 없애고 남성 시청자층을 겨냥한 스포츠 전문 채널 tvN 스포츠를 개국했다. 스카이라이프TV도 합병 후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KT-CJ ENM, OTT 손잡고 넷플릭스 대항
KT는 OTT 시장에서 CJ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KT의 OTT 서비스 ‘시즌’과 CJ ENM ‘티빙’에 대한 합병을 승인했다. 사실상 ‘한국판 공룡 OTT’가 탄생하는 셈이다.
KT와 CJ의 협력은 ‘넷플릿스’라는 거대한 공공의 적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유료 구독형 OTT 시장에서 점유율 2위 사업자가 되지만 1위인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만 봐도 올해 1∼9월 평균 시장 점유율은 티빙과 시즌이 각각 13.07%, 4.98%였던 반면 넷플릭스는 38.22%에 달했다. 티빙과 시즌의 점유율을 합치면 18.05%로 업계 2위로 올라서지만 넷플릭스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실제로 KT는 인기 드라마 우영우를 시즌이 아닌 넷플릭스에 공급했는데, 넷플릭스에 비해 자본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시즌을 통해 시청하는 사람보다 넷플릭스로 시청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었다. 시즌과 티빙은 합병을 통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을 가져오는데 주려갛고 있다.
공정위도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티빙과 시즌이 합병하더라도 점유율이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구독자의 수요도 가격 탄력적이어서 합병 OTT가 단독으로 구독료를 인상하기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간 분야별 제휴를 했을때 시너지 효과는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KT와 CJ ENM이 TV와 OTT 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며 “시즌과 티빙이 합병한 것은 넷플릭스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가져와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였겠지만 TV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전략적인 판단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TV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두 업체가 대립각을 지나치게 세우게 된다면 콘텐츠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아진 흐름에 뒤쳐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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