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 7개월 연속…한국 경제기초 약화 가속

홍성완 기자 2022. 11. 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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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2년 만에 감소 전환, 수입은 에너지류 중심 증가세 지속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수출이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고, 반대로 수입은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고착화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2022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24억8000만달러로 1년 전(557억달러)보다 5.7% 감소했다. 반면에 10월 수입은 1년 전(538억달러)보다 9.9% 증가한 59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6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을 7개월 째 이어갔다. 무역수지가 7개월 이상 적자를 기록한 건 1995년(1~5월)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무역 적자 규모도 전월(37억7000만달러)에 비해 대폭 확대됐다.

수출은 2년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왼쪽)월별 수출액 추이(억달러) 및 (오른쪽)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수출 감소는 대외여건 악화 지속과 지난해 수출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와 주요국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각국의 수입 수요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 수입시장 위축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 둔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용 IT기기(중저가 스마트폰 등) 등 전방산업 수요와 함께 서버 수요가 둔화되고 있고,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반도체 수출 둔화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메모리반도체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5대 주요품목 중 자동차, 이차전지, 석유제품 등 4개 품목은 높은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동차(48억달러)와 이차전지(8억달러)는 각각 28.5%, 16.7% 증가해 역대 10월 최고실적을 경신했고, 석유제품도 43억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7.6% 증가했다.

반면에 반도체를 비롯한 석유화학(37억3000만달러, -25.5%), 철강(26억7000만달러, -20.8%), 디스플레이(18억1000만달러, -7.9%) 등 주요 품목은 감소했다.

지역별 10월 수출을 보면 미국 수출이 86억달러를 기록하며 1년 새 6.6% 늘었고, 유럽(EU) 지역 수출도 56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10.3%가 증가했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선진시장의 경우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수출은 121억6000만달러에 그치면서 1년 전보다 15.7%가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수입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주요 품목 수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제품가격이 하락 중인 반도체 수출도 23.3%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선진시장의 수요둔화로 그간 수출증가세를 견인해온 디스플레이 등 주요 품목 수출이 줄어든 아세안 수출도 92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까지 누계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증가한 577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올해 연간 수출액은 기존 최고실적인 지난해 6444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줄어든 수출과 반대로 대규모 에너지 수입으로 인해 10월 수입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왼쪽)월별 수입액 추이(억달러) 및 (오른쪽)월별 수입 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10월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55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109억3000만달러)보다 46억달러(42.1%) 늘었다.

이는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인 가운데, 동절기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한 조기확보 등의 복합 영향으로 수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우리 산업생산을 위한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21.9%)와 수산화리튬‧탄산리튬, 니켈-코발트-망간 수산화물 등 배터리 소재 및 원료가 포함된 정밀화학 원료(57.2%), 스마트폰 등 전화기(8.9%) 등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한편,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에 더해 수출 역성장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될 경우 국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급등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펀더멘탈(경제기초) 약화로 신용경색 리스크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10월 국내 수출 증가율은 2년 만에 –5.7%(전년동월)의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수출 둔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높인다"며 "더욱이 수출 역성장을 우려하는 이유는 무역수지 적자 기조 고착화, 더 나아가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국내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거나 혹은 경상수지 흑자 폭이 급격히 축소되는 시점에 늘 국내신용 경색 현상이 동반되어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국내 신용리스크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글로벌 자금 경색 정도를 보여주는 테드 스프레드가 아직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은 국내 신용경색 확산 리스크의 가능성을 낮춰주는 신호"라며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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