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식단 강요는 ‘동물 학대’, 건강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이 가장 중요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환경파괴와는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는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반려동물 사료, 탄소발자국 생성의 주범
특히 반려동물용품은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동물성 반려동물 사료는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동물성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과 물, 땅이 필요하며 생산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이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2021년 발표된 유엔의 환경변화 보고서를 살펴보면 반려동물 사료 생산이 상당량의 지구 온난화 가스를 배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의 집단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다.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많을수록 탄소 발자국이 더 크고 진하게 남으며, 크고 짙은 탄소 발자국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킨다.
또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 그레고리 S. 오킨( Gregory S.Kin) 교수의 연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동물성 반려동물 사료 소비는 매년 최대 64±1,600만 톤의 이산화탄소와 동등한 양의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생성한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어베너-셈페인 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UIUC) 켈리 S. 스완슨(Kelly S. Swanson) 교수는 "인공적인 동물성 반려동물 사료가 탄소발자국 증가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은 동의한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가공되고 버려지는 가축들의 부산물을 사용한 동물성 반려동물 사료의 경우에는 오히려 환경에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Maastricht University) 핌 마르텐스(Pim Martens) 교수는 "반려동물 사료나 용품이 환경파괴에 기여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반려동물이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오히려 반려동물을 권유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대신 반려동물과 우리 건강 그리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르텐스 교수는 "첫 번째로 반려동물 식단을 결정하기 전에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환경보호보다는 반려동물 건강을 위한 균형 잡힌 식단이 먼저
책임감 있는 반려인이라면 반려동물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수의사와 반려동물 식단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려묘를 키운다면 절대 식단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매 식단에 육류가 필요하다.
미국의 환경보호론자면서 수의사인 안젤라 프림버거(Angela Frimberger)는 "고양이 식단에 육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라고 말하며, "환경보호도 좋지만, 반려묘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불필요한 채식 식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영국의 왕립동물협회(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RSPCA)는 2017년 "고양이 채식 식단은 동물 학대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육식동물인 고양이는 채식을 소화하지 못할뿐더러 '타우린', '비타민A', '아라키돈'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동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 반려견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반려견도 동물성 식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매 식단에 포함하지는 않아도 된다. 반려견은 잡식성 동물이기 때문에, 고양이와 달리 채식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 수의학 센터 연구진은 반려견의 채식에도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채식만으로는 반려견에게 필요한 하루 단백질 최소 요구량과 필수아미노산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반려견 채식 식단을 만들 수 있지만, 이는 수의학 영양사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동물성 식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이다"라고 전했다.
프림버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것을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꼬집으며, "환경보호를 위한 채식은 사람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반려묘나 반려견에게는 건강을 해치는 동물 학대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실험실 배양 육류 등 환경보호와 반려동물의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안들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핌 마르텐스 교수는 "환경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반려동물용품 구매를 지양해야 하며,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는 반드시 끝까지 책임질 생각을 하고 입양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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