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이태원서 본 여성 날 쳐다봐”…악몽 시달리는 인도男
난간 잡고 겨우 탈출...곳곳서 비명소리 들려
인도인 뉴힐 아하메드(32)씨가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대참사’에 대한 현장 목격담을 전하며 두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고 CBC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하메드는 그날 이후 눈만 감으면 끔찍한 장면이 떠올라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번째 장면은 이미 사망한 친구에게 30여분간 심폐소생술(CPR)을 멈추지 않던 한 남성의 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용없으니 그만하라고 옆 친구가 말려도 그 남성은 필사적으로 했다고 아하메드는 말했다.
또 다른 장면은 군중 속에서 눈이 마주친 한 여성이라고 했다. 이 여성은 수많은 인파 속에 갇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며 무기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고 그는 전했다. 아하메드는 그러나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고 괴로워했다.
그는 “지난 이틀 동안 5~6시간 밖에 못 잤다”고 토로했다. IT전문가인 그는 이태원에서 산지 올해 5년째다. 해마다 이태원 주변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겼으며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아하메드는 올해 같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 속에 갇혀 멈출수도, 돌아갈 수도 없었다”며 “인파의 파도를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가까스로 벽 쪽으로 몸을 움직여 난간을 잡고 계단 위로 오른 그는 군중 속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30분 쯤 지난 후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향하는 데 곳곳에서 사람들이 기절하고 비명을 질렀다. 또 “숨을 쉴 수 없다”는 외침이 들렸다고 사흘 전 이태원 현장을 떠올렸다.
한편 1일 현재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1명이 늘어 156이 됐다. 중상자는 사망자로 전환되면서 1명 줄어든 29명, 경상자는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1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사고 대처상황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추가된 사망자는 중상자였던 20세 내국인 여성으로 상태 악화로 이날 오전 8시 49분께 사망했다.
부상자 151명 중 111명은 상태가 호전돼 귀가했고, 입원자는 40명이다. 현재까지 이태원 사고 사망자는 남성 55명, 여성 101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 등이다. 이중 외국인 사망자는 이란, 중국, 러시아 등 14개국 출신 26명이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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