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속에 갇히면 권투 자세, 넘어지면 옆으로 누워라”[이태원 핼러윈 참사]
많은 사람이 좁은 장소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155명이나 숨진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는 피해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는 축구장에 모인 관중이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가 132명이 숨졌고, 지난해 12월엔 미국 휴스턴의 콘서트장에서는 관객이 무대 쪽으로 쏠리면서 최소 10명이 숨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처럼 순식간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대처법에 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소개했다.
■ 행사 전
사전에 행사 관련 정보를 파악하라.
입장할 때 행사 관리 수준을 점검하라.
출구와 비상구를 미리 파악하라.
■ 군중 속 위험에 처하면
권투선수 자세를 취하라.
물건을 떨어트려도 주우려 하지 말라.
비명을 지르지 말라.
넘어지면 옆으로 누워라.
대각선으로 빠져나가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갈 계획이라면 행사가 열리는 장소나 성격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입장권을 판매하는 행사는 대체로 입장객 안전을 위한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군중 안전 전문가인 폴 베르트하이머는 야외에서 열리는 무료 행사는 사전 주의가 덜하며, 입장객이 서 있어야 하거나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실내 행사 역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할 경우 비상구 위치를 알려주고 사람들이 밀집한 복도나 계단을 이동할 때 특별히 주의하라고 미리 당부할 필요가 있다.
행사장에 입장할 때 입장 절차가 혼란스러울수록 행사 진행도 혼란스럽거나 느슨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서포크대의 집단과학자 키스 스틸 객원교수는 “나라면 행사가 혼란스럽게 보이는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멀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입장권 없이도 들어갈 수 있거나 지정 좌석이 없는 행사일 경우 일부러 사람들이 덜 모이는 장소를 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매점이나 화장실 등 일시적으로 군중 쏠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장소를 미리 파악해 이곳을 지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웨스트플로리다대의 군중 관리 전문가인 길 프리드 교수는 “혼잡함을 느끼고, 당신이 차지하는 공간이 군중 때문에 좁아진다고 느낀다면 그곳에서 상황이 더 나빠지길 기다리지 말고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콘서트장에선 사람들이 무대 앞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으므로 뒤쪽으로 물러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이 되면 아무리 몸이 크고 힘이 센 사람일지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군중의 힘이 합쳐지면 혼자 힘으로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주위에 군중이 몰리고 몸이 이리저리 밀리는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단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앞사람에게서 떨어짐으로써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베르트하이머는 마치 권투선수처럼 한 발을 약간 앞으로 내미는 것이 좀 더 견고하게 설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서 오는 충격도 흡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혹시 핸드폰 같은 물건을 떨어트리더라도 몸을 굽혔다가는 그대로 넘어질 수 있으므로 떨어트린 물건을 주우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비명을 지를수록 호흡을 위해 필요한 산소가 몸속에서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개를 들어 조금이라도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만약 군중 속에서 넘어진다면 몸의 왼쪽이 아래로 가게 해서 모로 누워서 폐와 심장을 보호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가슴이나 등이 바닥으로 가게 눕고 그 위에 다른 사람이 쓰러지면 가슴이 더 큰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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