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는 소소하기 힘든 일상...서울대미술관 한불 교류전
이한나 2022. 11. 1. 15:22
佛 큐레이터 공동 기획 한불교류전
서울대학교미술관 11월 27일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 11월 27일까지
흔한 사용설명서 같은데 이상하다. 비행기에서 비상착륙 때 쓰는 산소마스크 쓰는 장면 옆에 질식된 듯 뭉개진 이미지가 함께 있다.
문채원(30)의 작품 ‘무제(추후 통보 전까지 얼굴을 가릴 것)’는 우리에게 익숙한 안내서가 온전함이나 완벽함, 모두가 따라야 할 믿음과 체계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비틀어서 보여준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낯선 이미지는 사회 질서에서 벗어난 개인의 불안과 혼란, 좌절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이 코로나19 이후 첫 국제 교류 전시로 선보인 ‘소소하지 않은 일상’은 시의적절한 주제를 포착했다. 파리1대학 교수를 지낸 프랑스 큐레이터 프랑수아즈 독끼에르가 공동 기획해 한국 기반 작가 9명과 프랑스 기반 작가 5명의 작품 150여점을 펼쳤다.
앨리스 고티에(43)의 작품 ‘Manipules(조작된)’는 형태가 흐트러진 여러 인물이 유령처럼 겹치면서 작가의 불안하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듯한 세계를 드러낸다. 경계가 흐릿해진 이미지가 구상과 추상, 내면과 외면, 신체와 정신을 오간다. 에디 뒤비엔(59)의 작품 속 소년들은 물을 가득 머금은 물감이 번지고 흘러내려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만 같다. 함께 있는 동물과 식물이 위로해주는 듯싶다.
몽환적인 색감으로 고된 일상을 표현하는 임춘희(52)와 환상적인 감성으로 불안과 긴장감을 표현한 로만 베르니니(43)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수잔 허스키(47)는 인간과 식물, 지구의 관계를 한 땀 한 땀 거대한 태피스트리로 표현했고 정성윤(41)은 색이 번지고 섞이면서 흘러내리는 장면으로 평범한 일상에 적막함과 고요함을 더한다.
이은영(40)은 애도와 기억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노순천(41)은 철사를 구부려서 드로잉 하듯 인물 형상을 만들어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영국 작가 롭 마일즈(35)는 이집트미술과 입체파 영향을 받은 듯 일상의 공간을 다양한 시점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김참새(38)는 기쁨과 불안 등 다양한 감정을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박시월(29)은 유리와 연필이라는 이질적 매체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고, 서제만(34)은 어지러운 선과 희미한 형상으로 평범한 일상도 파편화해 낯설게 만든다. 한상아(35)는 엄마와 작가라는 정체성의 충돌을 먹과 물의 양으로, 여성의 노동을 바느질로 엮어서 작품화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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