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낡은 이태원 골목 재정비·단속 절실"…'재구조화' 대신 '안전확충' 무게

박승희 기자 2022. 11. 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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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또한 "이태원의 골목길이 가진 장점으로 인해 공간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골목길을 무조건 문제로 치부해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찰력, 지자체 관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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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길 인파 몰리며 참사 발생…골목 좁힌 불법 건축물 문제도 제기
"'재구조화' 근본 해결 어려워…안전시설 설치·불법 건축물 단속 강화 필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해밀톤 호텔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 현장. 2022.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비탈지고 좁은 골목길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면서 통행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반적인 재정비부터 사고 위험을 높이는 불법 건축물 단속 강화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곳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번화가인 세계음식거리를 잇는 좁은 오르막길이다. 위쪽 폭은 5m가량 되지만, 아래로 내려올수록 3.2m까지 좁아지는 병목 형태다.

참사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인파가 몰리면서 시작됐다. 세계음식거리를 잇는 골목과 1번 출구 앞 해밀톤호텔 서편 오르막길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오후 10시15분께 골목길에 서 있던 인파가 내리막 방향으로 넘어졌다.

전문가들은 좁고 비탈진 구도심 특유의 골목길 형태가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태원은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구시가지로, 구릉지에 자생적으로 건축물들이 생기며 좁은 골목길 상권이 형성됐다.

이에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통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골목길을 넓히고 통행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전반적인 재구조화 가능성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축 업계 관계자는 "취약한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전반적인 도시 개발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과거 피맛골, 인사동 사례처럼 섣불리 손을 댔다가 상권 자체를 망칠 수 있어 도로포장이나 인파를 분산할 수 있는 안전시설 설치 등 소극적 대처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또한 "이태원의 골목길이 가진 장점으로 인해 공간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골목길을 무조건 문제로 치부해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찰력, 지자체 관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실적인 안전 대책으로는 도로를 더욱 비좁게 만든 불법 건축물과 각종 시설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용산구청 등에 따르면 해밀톤 호텔 본관 북측에 있는 주점이 테라스를 무단 증축해 쓰고 있다. 지난해 시정 조치를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여기에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에도 철제 가벽이 설치돼 길이 더욱 좁아졌다. 이 가벽은 지붕을 없이 지어 불법 건축물 규제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제 가벽이)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최대 한계인 건축한계선을 넘었다면 (불법 건축물 단속 대상에 속하지 않더라도) 철거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하고, 주변 도로에 위치한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해 위험 요소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초 25개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위반건축물에 대해서는 선(先) 고발 조치 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강경 대처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다만 최종 처분권자인 구청장 판단으로 이뤄지는 조치라, 실제 실행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고발 조치를 우선할 수 있도록 하고 상습 반복되면 이행강제금을 가중하도록 관리 강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불법 건축물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안전 관리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단속과 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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