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운동화…이태원 유실물 센터의 통곡 [영상]

장예지 2022. 11. 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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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침 8시 도착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은 주인 잃은 물건들의 집합소였다.

330㎡(100평) 넘는 규모의 체육관에 무게로만 따지면 1.5t 분량의 유실물이 숫자로 분류된 채 가지런히 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 밤 9시 이곳에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를 열고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물건을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놓인 물건만으로도 주인을 추정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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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이태원 참사 1.5t 유실물 보관된 체육관
핸드백 90개, 현장실습 출근부, 부러진 안경도
1일 찾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유실물센터에 놓인 유실품. 장예지 기자

가방 124개, 옷 258벌, 전자제품·소품 156개, 신발 255켤레, 짝 잃은 신발 66개까지….

1일 아침 8시 도착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은 주인 잃은 물건들의 집합소였다. 330㎡(100평) 넘는 규모의 체육관에 무게로만 따지면 1.5t 분량의 유실물이 숫자로 분류된 채 가지런히 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찾았어, 맨날 입던 거잖아” 유족의 눈물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 밤 9시 이곳에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를 열고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물건을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용산서 직원들은 유실물마다 사진을 촬영하고 숫자가 표시된 포스트잇을 붙이며 분류 작업에 한창이었다. 용산서 관계자는 “오늘 새벽에만 (가족 등이) 가방 2개와 신발 한두 켤레, 휴대전화 한 개를 찾아갔다. 오전까지 10명 남짓 방문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온 이들은 늘었다. 한 가족은 “이거 찾았다. 맨날 입던 거잖아”라며 검은색 외투를 든 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신발과 옷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유실물센터에 보관된 짝 잃은 신발들의 모습. 장예지 기자

가방과 지갑을 찾으러 온 대학생 장여진(21)씨는 참사 현장에서 구조된 부상자이기도 했다. 왼쪽 다리에 골절을 입은 장씨는 “(당시) 아래쪽에 깔려 있었는데 상반신이 빠져 살 수 있었다”며 “사고가 나자마자 스마트워치로 (아버지께) 비상전화가 가서 비명소리를 들은 아버지가 바로 이태원으로 오셨다. 살아 나온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실물의 색깔이 밝을수록 참사 당시의 흔적은 또렷이 드러났다. 잔뜩 구겨진 운동화들은 저마다 끈이 풀려 있었는데, 혈흔이 묻은 흰 운동화도 더러 보였다. 하얀색 구두 가죽은 일부가 벗겨져 있거나 밟힌 듯한 검은 자국이 군데군데 묻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흰 이어폰도 주인을 기다렸다. 분실된 의류 대부분은 겉옷이었지만 사고 직후 구조된 이들의 심폐소생술(CPR)을 위해 벗긴 것으로 보이는 바지와 치마, 셔츠도 유실품 목록에 올라 있었다. 

1일 찾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유실물센터에 놓인 유실품. 장예지 기자

놓인 물건만으로도 주인을 추정해볼 수 있었다. 사망자 중 여성이 100명으로 다수였던 만큼 가방은 핸드백 등 여성용이 90개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의 것으로 보이는 ‘현장실습 출근부’가 들어있던 배낭도 한켠을 차지했다.

모처럼의 핼러윈을 즐기려 했던 이들의 기분을 보여주듯 가발과 망토, 가면 등 여러 소품은 먼지를 잔뜩 쓰거나 찢어진 채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이밖에도 외국인이 한글 연습을 한 듯한 노트와 여권, 줄 빠진 스마트워치, 다리 부러진 안경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유실물 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연락처: 02-2198-0109, 02-2198-0111. 

1일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가족의 유품을 찾고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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