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레고랜드發 자금경색에 韓 국가 신용 위험지표 5년來 최고치
미·중 무역갈등 고조된 2017년 11월 이후 최고치
레고랜드發 자금시장 불안이 신용경색 위험 높여
환율 상승·차이나런도 대외신인도에 악영향
우리나라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약 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돈맥경화’ 우려가 커진 데다, 수출 증가세가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대내외 악재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가치가 연일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체제 출범으로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된 점도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韓 CDS 프리미엄, 2주새 10bp 급등해 70bp 도달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날 우리나라 5년물 CDS 프리미엄은 70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4bp 상승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이자, 미·중 무역갈등이 심했던 2017년 11월 14일(70.7bp)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국가 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인 만큼, 해당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지면 대체로 CDS 프리미엄도 올라간다.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원화 가치 하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국발(發) 금융시장 불안, 수출 둔화로 인한 한국 무역수지 적자 심화, 최근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시장 경색 우려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연초 17.3bp였던 CDS 프리미엄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연속 0.7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까지 추가 긴축을 시사한 이후 50bp를 돌파했다. 곧이어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 발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진 직후에는 60bp를 넘어섰다.
◇레고랜드 사태 등 자금경색·中 정치 리스크 위험 요인으로 부각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정치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CDS 프리미엄도 5년 만에 70bp선으로 올라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CDS 프리미엄은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채권금리가 발작 수준의 급등세를 보이고, 기업이 자금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최근 2주 사이 10bp 치솟았다. 연초와 비교하면 약 4배 뛰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 우려가 커진 점도 CDS 프리미엄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중국 CDS 프리미엄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국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도 동반 상승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3연임을 확정하고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한 뒤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국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점도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 가치와 CDS 프리미엄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달 초 108bp였던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이날 126bp로 급등했다.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좌우하는 지표 중 하나인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66억9600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수출 증가세가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적자폭이 전월보다 확대됐다. 이로써 올해 1~10월 누적 적자는 356억달러로 불어났다.
◇ 대외신인도, 2017년 미·중 무역갈등 수준…추가 상승 우려도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위기 상황과 비교하면 CDS 프리미엄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CDS 프리미엄은 699bp까지 치솟았고,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도 229bp까지 급등한 바 있다.
다만 현재 CDS 프리미엄은 2015년 중국발 위기 고점(78bp)과 2017~2018년 미·중 무역갈등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만큼, 추가 상승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의 정치·경제 불안이 빠른 시일 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CDS 프리미엄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50조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자금시장이 여전히 경색 국면이라는 점도 우리나라 신용도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CDS 프리미엄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신용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각종 신용경색 관련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는 부정적 시그널(신호)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국내 경상수지 흑자폭이 급격히 축소되는 시점에 국내 신용경색 현상이 동반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소위 차이나런(탈중국)으로 대변되는 중국 신용 리스크가 국내 신용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차가 공들이는 인도… 벤츠·BMW도 적극 공략
- [체험기] 애플 인텔리전스, AI가 영문 기사 요약·사진 편집… “늦게 나왔는데 특별한 건 없네”
- [인터뷰] AI로 심혈관 치료하는 의사 “환자 비용과 의료진 부담 동시 줄인다”
- 올해 개미 평균 31% 손실 … 남은 두 달, 반전 가능할까
- [실손 대백과] 치료·수술 사용 ‘치료재료대’ 보험금 받을 수 있다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② 의대 준비하러 대학 일찍 간 과학영재들, 조기진학제 손 본다
- [단독] 삼성전자, P2·P3 파운드리 라인 추가 ‘셧다운’ 추진… 적자 축소 총력
- [단독] 서정진 딸 관련 회사 과태료 미납, 벤츠 차량 공정위에 압류 당해
- [단독] ‘레깅스 탑2′ 젝시믹스·안다르, 나란히 M&A 매물로 나왔다
- “트럼프 수혜주”… 10월 韓증시서 4조원 던진 외국인, 방산·조선은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