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내세워 윤석열 정부 책임 물은 유승민···여당선 “자기정치” 비판[이태원 핼러윈 참사]

정대연 기자 2022. 11. 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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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9월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연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가 중시해 온 국민 안전을 강조하는 동시에 비윤석열계 당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당 안에서는 참사를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 전 의원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34조6항을 올렸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유 전 의원은 전날도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고 정부 책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이 헌법을 들어 정부에 참사 책임을 물은 것은 국민 안전 보호라는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를 강조한 의미가 있다.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정치이념을 담은 강령에는 ‘우리는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상민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 등 시민들이 공분하는 지점을 문제제기해 내년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유력한 비윤계 대표 후보로서 입지를 확실히 세우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참사 전 경찰·지방자치단체 등의 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은 추모가 먼저라며 정부 책임론에 아직 입을 닫고 있다. 이달 5일 정부가 선포한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 여당에서도 참사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의원이 먼저 목소리를 내면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 전 의원을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파면 얘기를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 장관도 지금 밤잠 못 자면서 일하고 있다. 그런 문제를 지금 왜 거론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기현 의원은 SNS에서 “아직 충분히 원인이 규명되고 책임 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인데 파면부터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재원 전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유 전 의원의 이 장관 파면 주장에 대해 “정말 애도하는 마음에서 그랬다기보다는 이 판에 애도하는 분위기를 틈타고 들어와서 정치적인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저런 말을 하나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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