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법, 시위대 2000명 '공개 재판'…"체제전복 선동자 색출"
독일·EU 및 캐나다 등 제재 물결…우크라, FIFA 명단 제외 제안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이란 사법부가 경찰 체포 후 의문사 한 마흐사 아미니(22) 죽음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최대 2000명에 대한 '공개 재판'을 열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일간 더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우선 수도 테헤란 내에서 시위를 벌인 1000명 이상, 테헤란 밖에서 1000명 즉 2000명에 대한 공개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안군에 대한 공격, 살인과 방화 등의 혐의다.
이미 반정부 시위 참여자에 대한 부당 재판은 진행 중이다.
'지상을 더럽힌 혐의'로 구금된 22살 모하마드 고바들로는 단 한 번의 공판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고 그의 어머니가 밝혔다.
그는 "사법부는 아들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게 했고 변호사들이 법정에 들어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라며 "그들은 변호사 참관 없이 아들을 심문했고 단 한 번의 심리 끝에 사형을 선고했다. 이게 이슬람의 정의인가?"라고 읍소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시위 탄압 과정에서 적어도 18세 미만 아동 34명을 포함해 적어도 25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수천 명이 체포됐고 그들 중 다수는 특수 혁명수비대 구치소로 이송됐다.
이에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안을 서둘러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평화롭게 시위하던 이들이 이란 당국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이란 보안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규탄하고 이란 국민을 지지한다. EU 제재는 중요하다. 우리는 추가 제재도 검토 중이다"고 적었다.
앞선 30일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유럽연합(EU)과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조직으로 분류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는 비무장 시위대를 강경진압하고 체포한데 가담한 혐의로 이란 고위 관리와 사법 요원에 대한 4차 제재안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축구협회(UAF)도 나서서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권 박탈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이란제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내 민간 관련 목표물을 타격한 것에 대한 제재를 가해달라는 것.
우크라이나 측은 "조직적인 인권 침해로 FIFA 헌장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이란은 처음으로 월드컵 출전 명단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와 접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백명의 이란 언론인들도 이날 마흐사 아미니 죽음을 취재한 혐의로 체포돼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된 동료 닐루파르 하메디와 알라헤 모하마디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300명이 넘는 이란 언론인들이 서명한 성명서에서는 "언론 자유는 언론인의 권리일 뿐 아니라 사회의 권리이기도 하다"며 "(언론인) 체포는 최근 몇 주 동안 나라를 뒤흔든 시위를 진압하려는 이란 정권이 반대 의견을 묵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검열이나 여과없이 적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비효율, 부패를 일으키거나 법을 위반한 사람이나 기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반관영 IRNA는 구금된 시위자들이 국정을 난맥상으로 만든 소요사태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각각은 경비원 폭행, 공공재산 방화 등 '파괴행위'로 단독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사법부장은 "정권에 맞서 전복하려는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법적 기준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말해 일부 시위대가 외국 정부와 협력한 혐의로 기소될 것임을 시사했다.
에제이 사법부장은 분노한 이란인들과 이슬람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사람들을 구별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동자들 사이에서도 누가 체제에 맞서 전복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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