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 회복 ‘안간힘’…반도체 인력·R&D·인프라에 1兆 재정 투입

세종=박소정 기자 2022. 11.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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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장관회의’ 열고 ‘신성장 수출 동력’ 계획 발표

10월 2년 만의 ‘수출 마이너스(-)’라는 처참한 무역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1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에 더불어 3000억원 규모의 민관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등에 나선다. 원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올해 중 1조원 이상의 일감·금융·연구개발(R&D) 지원을 약속하고, 방산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정치·안보 등 범부처 지원에도 나선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이날 공개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그나마 버팀목이 돼주던 수출마저 2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1~10월 누적적자는 356억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그에 따른 IT 경기 하강 등을 감안하면 이른 시일 내 수출 증가세 반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진단하며 “신성장 수출 동력 확보에 모든 정책 역량을 결집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반도체 생태계펀드·국가산단 조성…이차전지 전략 수립도

정부가 집중 육성하기로 한 분야는 ▲주력산업(반도체·이차전지) ▲해외건설 ▲중소·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가지로 나뉜다. 이는 지난달 27일 생중계된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논의된 사안으로, 이날 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논의된다. 정부는 해당 분야별로 민관합동 협의체를 꾸려 운영하고, 기재부 1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범부처 현장밀착 수출투자지원반을 만들어 민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부 추진 계획을 주요 업종별로 살펴 보면, 우선 반도체 분야의 경우 1조원의 재정이 지원된다. 반도체 특성화 학과 확대,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등을 통한 인력 총 2만6000명을 양성하고, AI·PIM·전력 등 차세대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기업), 첨단패키징 등 관련 유망기술 연구개발(R&D) 지원, 팹고도화 등 반도체 실증 인프라 구축, 반도체 기업 제품개발 등 사업화 지원에 투입되는 것이다.

3000억원 규모의 민관 펀드도 조성될 전망이다. 이른바 ‘반도체 생태계 펀드’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과 팹리스·소부장 M&A 투자 지원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반도체 기업 및 정책금융 50%, 민간 금융권 50%의 몫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대기업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상향하는 등 세제 지원 확대안도 포함됐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모습. /뉴스1

주력산업 국가산업단지도 새로 조성된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기업의 산단 개발 수요 조사를 이달까지 끝낸 뒤 올해 연말까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팹리스를 육성하기 위해 사무공간 등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고, 창업 팹리스에 사업화자금·R&D·융자를 패키지 지원하거나 내년 중 초격차 분야 펀드를 신설해 자금을 지원하기로도 했다. 전력 및 차 반도체 등의 대규모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추진하는 한편, 대기업·공기업 연계 구매조건부 R&D를 신규 도입할 예정이다.

이차전지 분야 육성을 위해서는 공급망기본법이 제정되고 공급망안정화기금이 신설되는 등의 지원이 수반된다. 차세대 전지 기술력 선점, 기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배터리 R&D에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도 산업부를 중심으로 수립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호주·캐나다·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핵심광물 수입을 다변화하는 한편, 올해 말 핵심광물 종합비축계획을 수립해 현행 60일분인 비축량을 100일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더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산업부-폴란드 국유재산부간 양해각서 및 기업간 협력의향서 체결식에서 황주호 한수원 사장, 피오트르 보즈니 ZE PAK 사장, 지그문트 솔로쉬(Zygmunt Solorz) ZE PAK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 협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조선·원전·방산 수출 지원…‘수입 골치’ 에너지 수요 효율화 동반

조선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수금환급보증(RG)의 적기 발급을 지원하는 동시에,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특별연장근로 연간 활용 가능 기간을 기존 90일에서 180일로 한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비전문 외국인력(E-9) 도입 규모를 올해 6만9000명에서, 내년 11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원전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형 원전의 폴란드 등 유럽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내 원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올해 중 1조원 이상의 일감·금융·R&D를 지원하고, 신한울 1호기는 연내 준공, 3·4호기는 2024년 착공을 목표로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2030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원전 발전 비중은 30% 이상이다.

방산 수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정치·안보 여건 대응이 가능한 범부처 ‘방위산업발전협의회’를 확대 개최하고, 구매국의 요구 사항을 신속하게 구현하도록 부처와 군대간 협업을 통해 ‘유형별 방산협력 패키지(안)’도 제공한다.

동시에 에너지 분야의 수요 효율화를 꾀해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에너지 수입 문제를 풀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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