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 귀환 숨은 주역 故박병선 재조명
조선 기록 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외규장각 의궤가 2011년 장기 임대 형식으로 귀환한 지 10년 넘게 지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간의 외규장각 의궤 연구 성과를 풀어낸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를 1일 개막하고, 전시 기간 중 특별히 11월 21∼27일 일주일 동안에는 무료 관람을 진행한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는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리며 반환에 기여한 고(故) 박병선 박사(1923~2011·사진)의 11주기인 11월 23일에 맞춰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의궤(儀軌)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가 끝난 후 전 과정을 정리해 책으로 엮은 기록물이다. 한 번에 3~9부를 만들어 그중 1부는 어람용(御覽用) 의궤로 왕이 읽도록 올리고 왕실의 귀한 물건들과 함께 규장각이나 외규장각에 봉안했다. 나머지는 관련 업무를 맡은 관청이나 국가 기록물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로 보냈다. 그러나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어람용 의궤를 약탈해 국내에는 신하들이 보던 의궤만 남아 있었다.
국내 최초로 프랑스로 유학을 간 민간 여성이었던 박 박사는 1967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가 돼 스승 이병도의 당부에 따라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다녔고,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 창고에서 의궤를 발견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고 1972년 직지심체요절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암 투병 중 의궤의 귀환을 보고 향년 88세에 타계했다.
특별전에서는 외규장각 의궤 297책과 궁중 연회 복식 복원품 등 총 460여 점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관람객은 의궤 전량이 전시된 대형 서가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영국 국립도서관이 소장 중인 '기사진표리진찬의궤(己巳進表裏進饌儀軌)' 사본도 볼 수 있다. 어람용 의궤는 초록색 고급 비단 표지와 놋쇠 장식 등이 화려하다. 또 의궤의 57%에 달하는 172책에는 행사 장면이나 건물 구조, 행사 때 사용한 물건 형태 등을 그린 도설(圖說)이 포함됐다. 전시는 내년 3월 19일까지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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