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자가 검은자 뒤덮는 '익상편' 연구논문, 韓교수가 세계 2위

이창섭 기자 2022. 11. 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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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스타닥터: 라스닥]⑧ 김경우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김경우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2월 미국 의학 분야 학술 연구 평가기관인 '익스퍼트 스케이프(Expertscape)'가 한국의 김경우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를 세계적인 전문가로 선정했다. 김 교수는 안과 질환인 '익상편' 분야에서 세계 2위, 아시아 1위 교수로 꼽혔다. 2010년부터 10년간 발표된 의학 연구 논문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익상편은 우리나라 말로 '군날개'라고 한다. 눈의 흰자가 검은자 위로 타고 올라가는 질환이다. 김 교수는 "국내 데이터로는 40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약 4%, 65세 이상에서는 6~7%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치매 유병률이 5~10%인 걸 감안하면 익상편은 이름은 생소하지만 흔한 질환이다.

김 교수는 지금은 퇴임한 은사로부터 익상편 수술을 배웠다. 안과 의사들은 라식·라섹·백내장처럼 비급여에 회전율이 높은 수술에 관심을 가졌다. 반면 익상편 수술은 공급이 부족해 환자가 많이 몰렸고, 자연스럽게 관련 연구를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익상편의 재발과 중증도를 더 심하게 하는 인자를 찾기 위한 기초 연구를 많이 했다"며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로 임상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근거를 갖고 설명할 수 있고, 수술 전략도 더 세밀하게 짤 수 있다"며 "그런 연구들이 수술에 대한 자기 공부가 돼서 결과를 좋게 하는 데 긍정적인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익상편의 재발률은 매우 높다. 단순히 환부를 절제하는 수술은 재발률이 100%에 가깝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중앙대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의 30명 중 1명이 재발할까 말까 한다"고 밝혔다.

비결은 다양한 수술 테크닉이다. 우선 수술 전 조사로 환자 익상편의 재발률이 높을지 미리 가늠한다. 재발률이 높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자기윤부결막 이식술'을 시행한다. 윤부는 흰자와 검은자 사이의 줄기세포로 이를 이식하면 익상편 재발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자기 윤부 결막 조직을 너무 많이 잘라내면 절제 부위에서 재발 조직이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양막 이식을 병행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수술이 짧으면 20분에서 40분 안에 끝난다"며 "안구 조직 결손이 심하면 코나 구강에서 점막을 떼서 이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단순 익상편 수술이 아니라 안구 표면 재건술이 된다. 수술 시간은 2~3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익상편은 노인이 많이 걸리지만 젊은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다. 호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익상편이 발생해 김 교수를 찾은 30대 남자 환자가 대표적이다. 이미 중증으로 진행해 시력이 많이 떨어졌었다. 젊은 환자는 재발률이 높아 다른 병원에서는 선뜻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환자는 김 교수로부터 자기윤부결막과 양막 이식술을 받고 시력이 개선됐다. 0.3에서 1.0까지 회복한 것이다. 김 교수는 "재발을 이유로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해 울고 가는 환자가 많다"며 "이 환자의 경우도 치료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러 병원에서 들어서 많이 힘들어했는데 수술 후 정말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목표는 인공지능으로 익상편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의사가 익상편 수술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재발'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재발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수술 테크닉을 다르게 하거나, 직접 수술을 안 하더라도 다른 상급 병원에 의뢰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우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익상편'이란 질환이 생소하다. 간략하게 어떤 질환인지 설명해달라.
▶익상편은 한국말로 군날개라고 한다. 원래 눈을 보면 검은자와 흰자가 구분돼 있는데 익상편이라고 하면 흰자 부위의 살이 검은자 위로 올라가는 걸 말한다. 결막 조직이 각막 위로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초기에 눈이 쉽게 붉어지기 때문에 보통 환자들이 결막염이랑 혼동해서 병원에 오신다.

-대한민국에서 최근 익상편 유병률은 어떠한가?
▶생각보다 체감상 흔한 편이다. 40세 이상에서 약 4% 유병률이다. 65세 이상에서는 6~7% 정도 된다. 치매 같은 경우 전 세계적인 유병률이 5~10% 정도 된다. 국내 치매 유병률은 약 10%다. 치매는 우리가 굉장히 흔한 질환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내 데이터로만 보면 익상편이 치매보다는 유병률이 조금 낮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유사하다.

-노화와 병이 연관이 있나?
▶익상편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자외선에 대한 만성 노출이다. 자외선에 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조직이 변성돼 이상 증식을 한다. 연수가 넘어갈수록, 나이가 듦에 따라서 익상편 유병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질환의 명확한 단일 요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적도부가 자외선이 심하니까 그 나라들에서 유병률이 높기는 하다. 그러나 실내에서만 생활해도 발병하는 분이 있기 때문에 자외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익상편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
▶익상편이 단순히 조그맣게 자라다가 말면 미용적인 문제를 겪는다. 그러나 중증으로 진행하면 시력이 많이 떨어진다. 안경을 써도 교정이 잘 안된다. 검은자에는 동공이라고 빛이 들어오는 빈 공간이 있는데 그곳까지 익상편이 자라 들어오면 빛이 못 들어가게 된다. 흰자가 완전히 동공을 덮어버리면 시력이 극심하게 떨어진다. 실제로 실명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익상편은 수술 후에도 재발률이 높다고 들었다.
▶옛날 방식으로 단순히 익상편을 절제하기만 하면 재발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수술 수가도 낮아서 1차 의료기관에서는 수술을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수술하지 않고 방치된 환자분들이 꽤 있다.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수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수술 전에 재발할 거 같은지, 안 할 거 같은지 가늠하는 게 중요하다. 익상편의 몸통, 흰자 부분의 두께나 속이 얼마나 비쳐 보이는지, 내부 조직 치밀도,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정상 조직이 얼마큼 소실 됐는지 등을 보는 게 수술 후 재발률을 가늠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재발률이 높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여러 수술 테크닉을 혼합한다. 내 눈의 건강한 윤부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자기윤부결막 이식술'을 하면 재발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자기 눈 조직을 너무 잘라내면 결손 부위가 크고, 재발 조직이 다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양막 이식을 같이하기도 한다. 수술은 짧으면 20분, 길면 40분 안에 끝난다. 조직 결손이 심하면 코나 구강에서 점막을 떼서 이식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단순 익상편 수술을 넘어 안구 표면 재건 수술이 된다. 수술 시간도 2~3시간 걸린다. 이렇게 수술하면 실제로 중증도 구분 없이 우리 병원에서 30명 환자 중 한 명이 재발할까 말까 한다.

-지난해 미국 의료 부문 평가기관에서 세계 2위, 아시아 1위 전문가로 선정됐다. 소감이 어떠한가?
▶은사님이 퇴임하시기 전에 익상편 수술을 많이 하셨다. 안과 분야는 3D 업종이다. 수가가 적고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보통 안과는 라식·라섹·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에 회전율이 높은 곳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익상편 수술이 공급이 적어 환자들이 몰렸고, 자연스럽게 연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익상편의 재발과 중증도를 심하게 하는 관련 인자를 찾기 위한 기초 연구를 많이 했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이런 걸 하다 보면 임상적으로 도움이 된다. 환자에게 근거를 갖고 설명할 수 있고, 수술 전략을 짤 때도 더 세밀하게 구분해서 할 수 있다. 결국에는 수술에 대한 자기 공부가 돼서 결과를 좋게 하는 데 긍정적인 힘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진 연구 목표나 포부가 있는가?
▶익상편 수술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결국은 재발이다. 익상편 재발 여부를 의사가 실제 환자 눈을 보면서 판단해야 하는데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 이론적 지식의 백그라운드가 필요한데 안과 의사의 전문 분야가 다 달라 똑같이 갖출 수는 없다. 익상편이 재발했던 사람과 하지 않았던 사람의 수술 전 사진을 다량으로 이용해 머신러닝으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수술 전 재발 여부를 알 수 있다면 테크닉을 좀 더 다르게 할 수 있고, 의사가 직접 수술하지 않더라도 상급 병원에 의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로필]김경우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2009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13년과 2018년 동대학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대한안과학회 제108회 학술대회 우수 구연상, 2013년 대한안과학회 제109회 학술대회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2013년 미국 시과학학회(ARVO)로부터 'International travel grand award'를 받았다. 2014년 대한안과학회에서 엘러간 젊은 의학자를 위한 학술 연구상을, 2020년에는 한국외안부학회에서 'eyefit'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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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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