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젤렌스키와 통화하다 '버럭'..6월께 추가지원 요구하자 화 내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2022.10.20.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더 많은 지원 요청에 화를 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미국 NBC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화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해당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2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 방침을 발표했던 지난 6월15일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화를 냈다.

당시 통화에서 미국이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끝나기도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필요한 무기의 리스트부터 줄줄이 나열한 것이 화를 내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국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매우 관대하며, 미국 정부와 미군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필요한 지원을 먼저 얘기하기보다는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더 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나온 것이지만, 불만 자체는 그동안 누적됐던 것이라고 NBC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화를 낸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 및 우크라이나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과 마찰을 빚는 것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했다고 NBC는 전했다.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0.12. /사진=뉴시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6월15일 통화 직후에 공개적으로 미국에 감사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동영상 발언을 통해 "저는 오늘 바이든 대통령과 중요한 대화를 나눴다"며 "저는 (미국의) 이같은 지원에 감사하고 있다. 그것은 특히 돈바스에서의 우리의 방어를 위해 중요하다"고 미국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시 백악관도 두 정상간 통화 결과에 대한 성명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와 영토를 수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재까지 약 179억 달러(약 25조6150억원) 규모의 군사·안보 지원을 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 문제를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화를 낸 사실은 최근 미국 의회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며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지원 비용 부담이 언급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폭 지원하는 것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또 민주당 일부 하원의원들은 지원 부담 등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매개로 휴전 협상을 압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적 압박 등을 이유로 해당 발언을 철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6월 통화에서 화를 낸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여론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한 초기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NBC는 보도했다. NBC는 "당시 충돌은 수십억달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에 대한 의회·대중의 지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초기 인식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해당 일화에 관해 언급하기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실 대변인 역시 언급 요청에 답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