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흘만에 고개숙인 경찰청장···“대응 미흡” 공식사과
‘불편신고’ 받고도 소극적 대응
이태원 수사 및 경찰 감찰 실시
‘불편신고’ 받고도 소극적 대응
이태원 수사 및 경찰 감찰 실시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대참사가 발생한지 사흘만이다.
윤 청장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윤 청장은 참사 직전 다수 112 신고 접수에도 부실한 대응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평소보다 경력을 훨씬 많이 배치했지만, 참사를 예상할 수 없었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최근 경찰 책임에 대한 언론 지적이 집중되면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 참석한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당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112 신고를 접수했지만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1시간 전부터는 ‘인파가 너무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신고가 100여 건 접수된 것으로 학인됐다.
경찰은 독립 기구를 설치해 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수사와 관련해 일각에선 “경찰 내부 결함을 경찰이 스스로 수사할 수 있겠나”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윤 청장은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감찰로 사고 직전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 직후 서울경찰청 산하에 꾸려진 수사본부 역시 경찰청에 설치될 특별기구가 지휘할 전망이다. 윤 청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 규명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상응한 처신을 하겠다”면서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 대응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원점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내겠다”며 “이번 사고가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총제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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