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상상도 못한 '이태원 참사', 한국의 신뢰는 추락했다

김민수 기자 2022. 11. 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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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사 속보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유명을 달리한 도미카와 메이(26)는 한국을 사랑한 학생이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을 통해 꿈을 키웠기에 기꺼이 한국을 찾았다.

여러 외신들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등 과거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 사고도 재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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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29일 밤,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사 속보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태원 압사 사고 소식이었다. 한국어로 된 속보에 이어 CNN 등 외신들의 속보가 빗발쳤다. 그렇게 밤을 지새웠고, 슬픔과 참담함이 먹먹한 가슴을 짓눌렀다.

최근 한국은 세계에서 어떤 이미지였을까. 지나친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국은 '안전한' 국가였다. 외국인들 눈에 한국의 치안은 대단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안이 좋은 나라가 후진국형 재난과 가까울 수는 없다.

거기다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까지 한국의 남다름이 강조되는 문화 강국의 이미지도 퍼져나갔다. 그렇게 한국은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들에게는 한국은 가보고 싶은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유명을 달리한 도미카와 메이(26)는 한국을 사랑한 학생이었다. 메이의 아버지인 도미카와 아유무(60)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메이는 나중에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고 갑작스런 이별에 오열했다.

또 다른 사망자인 태국인 사곤 나치타(27)는 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 학과를 졸업하고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아름다운 나라 한국을 알리는 것을 행복해했다. 사곤 나치타는 한국어를 더 배울 생각으로 서강대학교 어학원의 한국어 고급반을 등록했다.

이날 외국인 사망자는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으로 총 2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에는 '코리아 드림'을 꿈꿨던 이주 노동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을 통해 꿈을 키웠기에 기꺼이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났다. 적어도 한국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들의 인생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신들은 이태원 참사가 "막을 수 있었던 재난"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평소 세심한 군중 통제로 유명했던 한국이 핼러윈 때는 손을 놓고 있었다며 비판했다. CNN은 주최 측이 없는 자발적인 행사에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설명하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 의문을 던지며 이같은 "전례 없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여러 외신들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등 과거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 사고도 재조명하고 있다. 이제 일본 최대 포털 야후에서 '한국'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한국드라마, 한국, 한국여행 다음으로 한국 핼러윈, 한국사고가 뒤따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켜켜이 쌓아올린 K이미지는 한순간에 추락했다.

단순히 '국가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무엇보다도 '신뢰'를 상실했다. 우리 국민도, 해외에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든든하게 생각했을 한국에 대한 믿음이 어긋난 것이다. 이미지를 되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

현재로서는 '애도'가 먼저다.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고 국민들이 슬픔을 나눠야 한다. 이후에 우리는 참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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