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반도체 수출 쇼크…17개월 연속 ‘100억 달러 수출’ 행진도 무너져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1. 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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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둔화에 쌓이는 재고…가격 하락까지
10월 반도체 수출 전년 대비 17.4% 줄어
2019년 12월 이후 34개월 만에 최대 감소
반도체 충격에 전체 수출 2년 만에 역성장
삼성전자도 3년 만에 영업이익 역성장
2019년 반도체 한파 데자뷔…내년도 암울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7.4%나 감소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충격에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근 2020년에도 반도체 수출이 이렇게 크게 위축한 적은 없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혹한기로 기억되는 2019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17.4%는 2019년 12월 이후 3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K-반도체의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세계 경기 둔화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경쟁력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 2022)에서 참관객들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 17개월 연속 100억달러 돌파 기록 무너진 반도체 수출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92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3개월째 감소이자 111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2021년 10월과 비교해 17.4% 줄어든 것이다. 9월까지 17개월 연속 100억달러대를 유지했던 반도체 수출액도 18개월 만에 90억달러대로 떨어졌다. 산업부는 “소비자용 정보기술(IT) 기기 전방산업 수요와 함께 서버 수요도 둔화하는 가운데 낸드 공급 과잉이 유지되고, 계속되는 D램·낸드 가격 하락세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 생산지수(계절 조정)는 320.6(2015년=100)으로 전(前) 분기보다 11.0% 줄었다. 2개 분기 연속 감소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23.6%)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도체 생산 감소는 쌓여가는 재고와 무관하지 않다. 3분기 기준 반도체 재고지수는 237.1로 전 분기 대비 17.4% 급증했다.

사겠다는 사람이 줄어 재고가 쌓이면 제품 가격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산업부에 따르면 D램 고정가(8Gb 기준)는 2021년 12월 3.71달러에서 올해 9월 2.85달러로 9개월 사이 23% 이상 낮아졌다. 같은 기간 낸드 고정가(128Gb 기준)도 4.81달러에서 4.30달러로 10.6% 하락했다. 메모리반도체 쌍두마차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수출 증감률(단위: %) / 산업통상자원부

이런 업황 둔화는 반도체 수출 경쟁력 위기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 3월 38%를 찍은 뒤 계속 쪼그라들었다. 4월 15.8%로 뚝 떨어진 성장세는 7월 2.1%로 낮아지더니 결국 8월(-7.8%)부터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 역성장은 26개월 만의 일이었다. 9월에 -5.7%를 기록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17.4%로 급전직하했다. 이 여파로 10월 전체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전환한 건 2020년 10월 이후 24개월 만이다.

◇ 반도체 한파 몰아친 2019년 데자뷔…“내년도 힘들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위기감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증가율(-17.4%)은 -17.8%를 기록한 2019년 12월 이후 3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4월(-15.0%)보다도 더 큰 감소세다. 물론 연간으로 보면 반도체 수출 상황이 3년 전보다 심각한 건 아니다. 2019년 연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5.9%에 달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 부진이 삼성전자 실적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조852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보다 31.39% 감소한 수치다. 이 회사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역성장한 것은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이다. 반도체 사업 부진이 영업이익 급락에 큰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의 3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세계 경기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긴축 지속은 세계 경제가 받을 하방 압력이 더 거세질 것이란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전망했다. 지난 7월 발표한 WEO의 2.1%보다 0.1%포인트(p) 낮춘 것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4.6%로 내다봤다. 또 반도체 시장 규모는 6620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했던 2019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WSTS는 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예상했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성장률이 30.9%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어둡게 관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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