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수출 -15.7%, 30개월 만에 최대 감소…'달러 박스’에서 ‘경제 리스크’로
반도체·유화·기계·디스플레이 수출 20% 이상 줄어
‘제로 코로나’·부동산 침체로 경기 둔화 심화
‘시진핑 3기 체제’ 구축에 따른 미·중 갈등도 韓 경제 변수로
수출 텃밭이었던 대 중국 무역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액이 12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7% 감소했다. 대중 수출 감소 폭은 2020년 4월(△18.3%) 이후 3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달러 박스’ 역할을 했던 대중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중 수출 감소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시진핑 3기 체제 수립 이후 주요 기업들의 중국 이탈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대중 수출 부진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주요한 경제 리스크 관리로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중 수출은 지난 6월 감소를 기록한 뒤 5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수지도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9월 6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지난달 다시 12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한 것은 수출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23.3%)를 비롯해 석유화학(△20.5%), 일반기계(△27.0%), 디스플레이(△25.0%) 등 주요 수출품의 수출이 대폭 줄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코로나 봉쇄 조치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대외수요 부진에 따른 생산 정체 등 중국의 경기 둔화가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Zero Corona) 정책을 고수하면서 2022년 상반기 중 상하이의 경우 약 2개월 이상 신규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인해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이로 인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13.7%를 기록할 만큼 경제활동이 위축됐다. 상하이 외에도 베이징과 광둥성 그리고 동북 3성과 저장성 등 넓은 지역이 봉쇄 조치 영향을 받았다. 봉쇄 조치에 따른 생산 차질은 한국산 중간재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내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방역 조치 격상으로 일부 지역의 시공 사업이 지연되면서 철강 수요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말기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휴대폰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디스플레이 수요도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대중 수출 부진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2%로 수정했다. 지난 4월 전망치 4.4%에서 무려 1.2%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IMF는 중국의 내년(4.4%)과 2024년(4.5%)도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IMF는 중국 경제의 불안 요소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았다. 특히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이은 채무불이행으로 유동성이 말라가고, 이 위기가 은행 시스템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조속히 해결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그동안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에 의존해 성장해 온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당 회의를 열어 장기 집권 체제를 알린 ‘시진핑 3기 체제’ 수립으로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계획 경제와 폐쇄 경제로 전환을 시사한 점도 불안요인이다. 지난달 16~22일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구성된 ‘시진핑 3기 체제’는 시진핑 주석의 측근들이 대거 합류하며 ‘집단 지도 체제’에서 ‘1인 권력 집중 체제’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은 당 대회 연설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실현을 가속화하고 국가전략상의 요구를 지향점 삼아 원천적·선도적 과학기술의 난관을 돌파하는 데 역량을 결집하며 핵심 기술 공방전에서 결연히 승리해야 한다”며 자립·자강 차원에서 자국 기업 우대 정책을 가속화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시진핑 3기 체제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국간 갈등 고조가 한국의 반도체, 철강·기계, 화학제품 등 주요 품목의 대중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시진핑 3기 체제 출범 후 주요 기업들의 중국 탈출을 의미하는 ‘차이나런’ 현상이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었던 개혁 개방 정책의 퇴조로 투자 매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미·중 갈등 국면이 심화될 경우,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수출을 통제한 것처럼 중국도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한국도 제3자로서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한국 경제의 리스크 중 하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며 “다소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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