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가혹행위 있었는데 '염세비관' 軍은폐…37년만에 규명

군사망사고위, 1985년 숨진 양 일병 사건 등 2건 공개

군인 (CG) ※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선임병들의 조직적 괴롭힘이 자해 사망의 원인이 됐으나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왜곡한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8월 제54차 정기회의에서 진상 규명한 뒤 이의신청 기간이 지난 사건 가운데 병영문화 개선과 군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2건을 1일 공개했다.

1985년 숨진 양 모 일병은 군의 중요 사건 보고에 따르면 자신의 이상과 현실에 다르다며 염세 비관하던 중 소대장 BOQ(독신자숙소)를 청소하다가 총기로 자해 사망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양 일병은 당시 성격이 원만해 주변 관계가 우호적이었으며, 입대 후 진행된 면담에서도 명랑하고 끈기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자해할 개연성이 부족했다.

반면 사고 당시 양 일병이 소속됐던 소대는 병력 27명 가운데 병장이 23명일 정도로 계급 분포에 불균형이 심각했고, 이로 인해 병장 이하 후임병들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에 노출됐다.

양 일병을 비롯한 병사들은 군홧발로 가슴을 차이거나 도낏자루로 구타를 당하는 등의 폭력과 암기 강요 등에 시달렸으나, 지휘부는 이러한 정황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위원회는 양 일병의 죽음 이후에도 사후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함에 따라 가해자들이 그대로 부대에 남았고, 이 부대에 배치된 장 모 상병도 같은 이유로 자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1958년 사망한 임 모 일병의 경우 육군형무소 매·화장보고서에 따르면 휴가 이후 미귀대에 대해 형무소 복역 처분을 받고 복역하다가 불상의 원인으로 사망했다.

위원회는 임 일병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확인할 기록은 없으나 비록 군무 이탈이라는 범죄로 형기를 사는 중일지라도 군의 관리감독권이 작용하는 상태에 있으므로 사망과 공무수행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위원회는 이 사건은 개정 군인사법에 근거해 '순직'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두 사건 사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한편 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제56차 정기회의에서 32건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 진정 사건 44건을 종결함으로써 접수한 1천787건 중 1천356건을 종결했고 431건을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56차 회의에서는 1969년 부대 내 구타와 허술한 부대 관리 상황으로 사망했음에도 사건을 음독자살로 왜곡하고 시신을 유족에게 전달조차 하지 않은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 이 회의에서 종결된 사건들은 이의신청 기간 경과 후 위원회 판단에 따라 공개될 수 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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