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권 심층취재 3편] [단독] '공공기숙사 유치' 결정하고도…님비에 전전긍긍
[EBS 뉴스12]
청년 주거권 실태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학생 주거복지를 위해 도입된 기숙사를 들여다봅니다.
EBS 취재 결과, 서울 지역 대학의 기숙사비가 지하, 옥탑방, 고시원, 이른바 '지옥고'의 평균 임대료보다 최대 2배 비쌌습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기숙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곳은 신촌 대학가의 원룸촌입니다.
평균 월세는 원룸 하나, 그러니까 방 한 칸에 59만 원입니다.
서울 주요 대학 10곳으로 넓히면, 평균 월세는 50만 원으로, 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이른바 지옥고의 평균 월세 33만 원보다 1.5배 높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좀 나을까요.
주변 대학의 기숙사 임대료를 봤더니, 연세대와 이화여대, 홍익대 모두, 월 최고 60만 원이 넘습니다.
'지옥고' 임대료의 2배 수준입니다.
이미 1년 등록금으로 8~9백만 원을 쓰는 지방 유학생들이 선뜻 내놓기는 부담스러운 액수입니다.
인터뷰: 우창래 2학년 / 중앙대 (반지하 거주)
"만약에 기숙사가 4개월~5개월 동안 120만 원이면 굳이 그렇게까지 돈을 쓰면서 살아야 할까 생각이 들어서…."
인터뷰: 안승민 2학년 / 국민대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식비 다음으로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조금 힘들다면 반지하나 이런 곳도 충분히 살 의향이 있습니다."
EBS 취재진은 서울 소재 대학의 지난해 기숙사 운영 현황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1인실을 기준으로 월평균 임대료는 38만 6천 원입니다.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 기숙사는 37만 7천 원으로 그나마 쌌지만, 민자 기숙사는 42만 4천 원 수준이었습니다.
연세대가 65만 4천 원으로 가장 비쌌고, 8개 대학의 한 달 최고 기숙사비는 학교 밖 원룸의 평균 임대료인 월 50만 원보다 더 비쌌습니다.
인터뷰: 임은희 연구원 / 대학교육연구소
"(민자 기숙사의 경우) 수익 보장을 해야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싸게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연합기숙사의 임대료는 민자 기숙사의 3분의 1수준입니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시에 단 한 곳뿐입니다.
연합기숙사를 늘리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은 용산 신계동의 철도 유휴부지입니다.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낡은 무허가 건물이 난립해 있는데요.
EBS 취재 결과, 이 일대 3천 6백여 평에 연합기숙사를 신축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계획안이 서울시 수권소위를 통과돼, 속도가 붙었습니다.
대학생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몹니다.
그런데 이곳 연합기숙사,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일조권과 소음, 집값 문제 등을 이유로 벌써 세 차례나 무산된 뒤 겨우 터를 잡았습니다.
추진한 지 5년 만인데, 여전히 주민 반발이 우려됩니다.
인터뷰: 신계동 주민
"너무 복잡하고 싫어. 여기다 700명이 들어온다, 생각해보세요. 여기가 얼마나 복잡하겠나. 청년 기숙사가 여기밖에 들어올 때가 없나요. 지금 얼마나 빈 곳들이 많은데…."
행복기숙사는 사학진흥기금을 활용해 저렴한 주거를 제공하는데, 신촌 대학가와 가까운 '홍제 행복기숙사'는 입소 경쟁이 올해 상반기 기준 11대 1을 넘습니다.
인터뷰: 정성령 1학년 /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월세 같은 것 이제 아무래도 줄이기는 힘드니까 이런(공공) 기숙사들을 더 많이 만들거나 학교 기숙사도 되게 수용률이 20%가 안 될 정도로 적거든요. 학교 기숙사도 조금 더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서울 지역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9%.
특히, 청년 1인 주거 빈곤 가구가 몰린 동작구의 경우, 숭실대 11.6%, 중앙대 13.1%로 평균보다도 낮았습니다.
대학생들의 최소 주거 안전을 위해 도입된 기숙사.
하지만, 이마저도 대안이 되지 못하면서, 갈 곳 잃은 청년들의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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