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완벽한 건 아냐...'부임 1주년' 콘테의 명과 암
[포포투=한유철]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토트넘 훗스퍼의 동행. 어느덧 1년이 지났다.
2020-21시즌을 끝으로 조세 무리뉴 감독과 결별한 토트넘은 그의 후임으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선임했다.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지도력을 입증하긴 했지만 토트넘을 이끌기엔 그릇이 작다고 평가받았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누누 감독은 무리뉴 감독보다 더한 '수비 축구'로 재미없는 전술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개막 후 3경기까진 성적이 따라왔기에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무수히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누누 감독은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토트넘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현지 시간으로 2021년 11월 2일. 토트넘은 새로운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콘테 감독이었다. 확실한 업그레이드였다. 별다른 커리어가 없는 누누 감독과는 달리 콘테 감독은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다. 실제로 그는 유벤투스에서 리그 3회 우승, 첼시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이후 인터밀란으로 건너가 11년 만의 스쿠데토를 이끌었다. 2017년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감독 2위에 자리하기도 했으며 세리에 A 올해의 감독에만 4번이나 선정됐다.
'명장'의 등장에 토트넘 팬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콘테 감독은 곧바로 기대에 부응했다. 비테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른 그는 3-2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콘테 감독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3백'을 곧바로 토트넘에 녹였다. 좌우측 스토퍼엔 빌드업이 가능한 정발 수비수를 뒀고 측면 풀백의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콘테 감독의 3백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왼쪽 풀백이 주 포지션이었던 벤 데이비스는 콘테 감독 체제에서 스토퍼로 능력을 발휘했다. 토트넘은 브렌트포드전 승리를 시작으로 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에 오르기 시작했다.
누누 감독 체제에서 색깔이 없었던 토트넘에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특유의 '효과적인' 축구로 콘테 감독은 매 경기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시즌 중반 위기도 있었지만 콘테 감독은 2018-19시즌 이후 3년 만에 UCL 출전권을 획득했다. 비록 무관에 그쳤지만, 시즌 초반 누누 감독 체제에서의 부진을 생각하면 이 성과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팬들은 콘테 감독의 지도력에 열광했고 수뇌부는 그에게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러나 밝은 이면과 달리 어두운 면도 존재했다. 우선 극강의 '효율'을 자랑하는 콘테 감독 특성상 과정 자체가 합격점을 받기는 어려웠다. 콘테 감독은 토트넘에서 1년 동안 있으면서 좀처럼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가지 않았다. 오죽하면 최근 3-4-3에서 3-5-2로 바꾼 것을 '과감한 결단'이라고 평가할까. 이는 경기가 잘 풀리는 날엔 한없이 효과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90분 내내 지루하면서도 결과까지 못 가져오는 최악의 경기를 보여준다.
이번 시즌 증가한 비판의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스포르팅전에서 콘테 감독은 라이언 세세뇽에게 교체를 지시했고 사이드라인에서 출전을 준비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세세뇽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는 변화에 있어서 콘테 감독의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토트넘 커뮤니티 '카틸리지 프리 캡틴' 역시 이번 시즌 토트넘의 가장 큰 문제는 '플랜 A'에만 치중돼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콘테 감독의 문제 중 하나다. 감독이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구단주에게 선수 영입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콘테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다. 이는 이전에도 그와 구단주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토트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콘테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 때만 7명을 영입하며 충분한 보강을 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내 유일한 걱정은 우리가 EPL이나 UCL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뎁스가 두껍지 않기 때문에 부상이 나오지 않도록 빌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나는 UCL에서도 최고의 팀으로 나서고 싶다. 벤치에는 3~5명의 좋은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은 나를 좌절시킨다"라며 근심을 나타냈다.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에 따르면, 다니엘 레비 회장은 콘테 감독의 요청에 의해 겨울 이적시장 때 3명의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혀졌다. 하지만 이 영입이 콘테 감독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겨울 이후에도 '또' 불만을 나타낸다면, 보드진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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