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할 때 떠올릴 기적 같은 소녀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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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엔 거대한 혹이, 코 옆엔 구슬만 한 점이 불룩 솟은 트런치불 교장.
그러나 트런치불의 허리에 겨우 닿을까 말까 한 작은 소녀 마틸다는 그 앞에서 누구보다 크게 외친다.
트런치불 교장 앞에서 겁먹고 도망치기 바빴던 미스 허니 선생님이 마틸다를 만나 용기를 내고 마침내 성장하는 모습은 이 작품이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용기가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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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아역들의 종횡무진 대활약…환상의 공중곡예 등 무대공연만의 매력 발산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등 뒤엔 거대한 혹이, 코 옆엔 구슬만 한 점이 불룩 솟은 트런치불 교장. 그 무시무시한 풍채 앞에선 다 큰 어른도 목소리가 쪼그라들고 몸이 굳는다. 그러나 트런치불의 허리에 겨우 닿을까 말까 한 작은 소녀 마틸다는 그 앞에서 누구보다 크게 외친다.
"아니요. 그건 잘못됐어요!"
어린아이의 동화적인 상상력이 가진 힘을 무대 위로 옮긴 뮤지컬 '마틸다'가 4년 만에 다시 국내 관객과 만났다. 지난달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마틸다'는 영국의 명문 극단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가 아동 문학의 거장 로알드 달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뮤지컬이다. 2011년 영국에서 초연한 뒤 올리비에상 베스트 뮤지컬상을 받고 토니상 극본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는 2018년 비영어권 국가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이 무대에 올라 1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딸 바보', '아들 바보'인 팔불출 부모가 넘치는 세상에서, 마틸다의 부모는 딸에게 "너만 보면 소름이 끼치고 토가 쏠린다"며 폭언을 서슴지 않는 악덕 부모다. 자신이 사랑하는 책을 모두 찢어버리고 방에 가두는 부모 앞에서 이 특별한 소녀는 우는 대신 노래한다.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필요한 건, 약간의 '똘끼'!"
마틸다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무한한 상상력과 넘치는 기지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빠의 중절모 안에 초강력 접착제를 발라 통쾌한 복수를 하고, 무섭고 외로운 순간엔 자신을 지켜줄 가상의 아버지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든다.
이런 마틸다의 특별한 힘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괴팍한 트런치불 교장의 학대에 시달리는 친구들과 어른인 미스 허니 선생님까지도 구하게 된다.
성인 배우들도 쉽게 해내기 어려운 분량의 긴 대사와 노래, 안무를 무대에서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아역 배우들의 활약은 작품 속 마틸다가 해내는 기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틸다 역에 캐스팅된 임하윤(9), 진연우(11), 최은영(10), 하신비(9) 뿐 아니라 학교 친구로 등장하는 20여 명의 또래 배우들의 힘찬 군무와 합창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다.
베테랑 성인 배우들의 연기도 빛난다.
앙상블 배우가 출연하지 못할 때 투입되는 스윙 배우로 초연 때 참여한 배우 서만석이 이번에는 마틸다의 속물 아버지 웜우드 역으로 합류했다. 초연 당시 대체 배우로 대부분의 배역을 연기하는 그는 경험을 살린 코믹한 악역 연기로 아역들의 순수함을 더 부각한다. 초연에서 트런치불 교장 역을 맡아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탄 배우 최재림도 다시 합류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선보인다.
원작의 대사 속 언어유희와 시적인 가사를 잘 살린 번역, 교실의 책상과 칠판, 체육 수업의 뜀틀과 체조 등을 활용한 기발한 안무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관객의 머리 위로 높이 날아오르는 공중그네와 마틸다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공중 곡예 장면에서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무대 공연 만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아이들 얘기지만 어른 관객들도 충분히 즐겁다.
트런치불 교장 앞에서 겁먹고 도망치기 바빴던 미스 허니 선생님이 마틸다를 만나 용기를 내고 마침내 성장하는 모습은 이 작품이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용기가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공연은 내년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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