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다 했다"는 용산구청장…대형 참사도 '현상'인가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22. 11. 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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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박희영 구청장 '면피성 발언' 논란…시민들 우려 커
작년엔 지역 기관장들 참석, 방역·안전에 집중 투입
박희영 용산구청장 인터뷰. MBC뉴스 캡처

"핼러윈은 축제 아닌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구청 역할을 다했다"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발언이 나오자,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MBC 취재진이 사고 책임에 대해 묻자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핼러윈) 축제가 아니다. 축제라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참사 사흘 전인 26일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구와 경찰, 이태원역장(지하철 6호선),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상인회)와 4자 간담회를 열고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8일 용산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7일 오후 2시 부구청장 주재로 핼러윈데이 기간의 △방역 △안전사고 예방 △청소대책 추진을 1시간가량 논의한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핼러윈데이에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 가운데, 이 회의에서는 주로 방역과 범죄예방, 거리 미화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회의 참석자도 예년과 달리 구청장이 아닌 유승재 부구청장 주재로 구청 방역추진반, 행정지원반, 민원대응반 관련 11개 부서장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는 긴급대책 추진기간을 27일부터 31일 월요일까지 5일간으로 지정하고 부서별 자체계획 추진 사항 등을 점검했다.

용산구가 최근 설명한 4자 간담회 주체인 경찰이나 이태원역장, 상인회 등이 참석했다는 내용은 보도자료에는 없었다.

용산구청이 지난달 28일 언론에 배포한 '용산구 핼러윈데이 긴급대책회의' 보도자료.


올해 지방선거 이전인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6시 열린 성장현 전임 구청장 주재 '핼러윈 데이 대비 민관합동 연석회의'에는 용산구 주무부서 관계자를 비롯해 당시 △김동권 용산경찰서장 △윤상형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장 △박범용 이태원119안전센터장 △김홍성 이태원역장 △맹기훈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방역수칙과 범죄예방, 시설안전 등을 점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올해 용산구의 대책회의는 구청장이 빠지면서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올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와 마스크 의무착용 완화, 코로나19 확산이 완만해지면서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나 핼러윈을 즐기려는 대규모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지만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지역경제 활성화'가 중요한 목표가 되면서 통제 범위가 크게 축소됐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28일 전임 성장현 구청장 주재로 열린 '핼러윈데이 민관합동 연석회의'. 용산구 제공


용산구의 한 관계자는 "예년에는 코로나19 방역이나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관리 이슈가 워낙 커서 재확산이 되지 않도록 통제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인파가 집중되는 곳에 구청 직원이나 경찰이 많이 배치되고 현장 관리가 중요했었다"며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이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지만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용산구는 핼러윈 데이 당일인 30일과 31일 서울시, 시경찰청, 식약처와 함께 클럽 등 식품접객업소(167곳) 합동 점검을 벌였다. 방역수칙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업소에 벌칙(집합금지 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업소들의 방역수칙 이행 여부를 집중단속했지만, 올해 이같은 방역통제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안전사고 관리 부재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경우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범죄발생 예방을 담당했다. 고위험시설 합동점검 외 경찰관기동대 클럽 인근 거점 배치, 이태원파출소 경력 추가확보 등을 추진했다. 원활한 신고 사건 처리를 위해 사건 관할구역도 임시로 조정했지만, 올해 핼러윈에서는 이같은 규모의 대책 추진이 확인되지 않는다.

교통 무질서 구간에도 교통경찰을 집중 배치해 사고 발생을 막고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유도하도록 대비했지만, 이 역시 올해 핼러윈 데이 기간에는 이태원 일대가 교통마비 수준이어서 대책 마련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지난해 용산소방서 역시 자체 상황실을 운영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현장 확인 점검을 수시로 진행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상인회)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세계음식특화거리 2곳에 방역 게이트웨이를 설치, 방문자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상인 60명이 돌아가면서 방역소독 및 야간순찰 활동에 동참했다.

이같은 규모의 용산구 핼러윈 대책회의는 2020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열렸지만, 올해는 대규모 인파 몰림에 대한 혼잡 경비나 안전 관리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클럽발(發)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이 발생하면서 방역통제가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이태원이 다양한 문화와 인파가 집중되는 특성 때문에 자치구나 경찰 역시 예민하게 관리해온 측면을 감안하면 용산구나 용산경찰서가 치안 공백을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희영 구청장은 "핼러윈은 주최 측이 없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말로 '면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폭 4m‧길이 40m 좁은 골목길에서 사망자 156명 등 307명이라는 대규모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 역시 '하나의 현상'으로 보는 건 아닌지 시민들의 우려에 직면한 모양새다.

박 구청장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사망자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기간이고 장례절차 및 부상자 치료 지원 등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라며 "구청장으로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수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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