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핵보유국’ 인정 가능성 없다는데도 논란 지속... 왜?
‘先 북핵인정 後 협상’ 주장 나와
국내 전술핵 재배치와 맞물려 주목
‘先 북핵인정 後 협상’ 주장 나와
국내 전술핵 재배치와 맞물려 주목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안팎에서 북핵 인정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 “결코 정책이 될 수 없다”면서 재차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종국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 정책이 아니다. 미국의 정책이 될 것으로 절대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북핵 인정 논란은 지난달 27일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이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협상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재점화됐다. 군축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미 정부 관계자가 이같은 북한의 협상 전략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기고문이 실리기도 했다. NYT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제프리 루이스 교수의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할 때’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이 실패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암묵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하는 국가에 북한을 포함시키고 현실적인 협상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북한이 이미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할 때가 됐다는 주장을 했다. 이 기사에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스팀슨센터 등 워싱턴 싱크탱크의 북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일이 되더라도, 미국과 동맹은 한반도에서 충돌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를 평양과 합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국내에서도 최근 북핵 위기가 심화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논란이 되자 차제에 우리도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자체 핵무장을 서둘러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면 김정은 정권이 평화를 추구하며 이성적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데 근거해야 하는데 그런 근거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을 상기시키며 비이성적 리더들에게 핵버튼을 맡기는 것에 대한 위험을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때는 북한 핵보유 인정에 대한 논란도 있었으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외교협상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한편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 뿐이다. 이들 5개국은 유엔(UN)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모두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실험을 마쳤다. 하지만 이후에 핵실험을 감행한 인도·파키스탄은 암묵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았고, 이스라엘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사실상 인식되고 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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