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됐습니다!
아파트에서 화재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우리 아파트도 화재 안전지대는 아니다.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최근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됐다. 화재 시 옥상으로 안전하게 대피하기 위해서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1993년 지어진 건물이다. 28개 동 3000여 세대가 거주한다. 지은 지 30여 년 되니 건물이 많이 낡았다. 15층 건물인 우리 동은 60세대가 거주한다. 나는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를 해서 아파트 이곳저곳을 많이 다닌다.
지난 봄에는 옥상에도 올라가 봤다. 옥상에 올라가려니 문이 잠겼다. 그 이유는 청소년들이 옥상에 올라가 술을 먹거나 혹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잠가놓은 것이다. 옥상 출입문 열쇠는 경비원이 갖고 있었다.
옥상 출입문은 화재 시 긴급하게 대피할 수 있는 통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화재가 발생해 옥상으로 긴급하게 대피해야 할 때 옥상문을 빨리 열 수 있을까? 경비원이 열쇠를 찾지 못한다면? 자리를 비웠다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는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시설 연동을 통해 평상시 잠겨 있던 옥상 출입문을 자동 개방시키는 옥상 대피 시스템이다. 이 장치는 평소 출입문을 잠가 옥상을 통한 침입 범죄 및 사고, 우범지대화 등을 막고, 비상시 잠금장치를 풀어 대피로를 확보할 수 있다.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는 2016년 2월 법 규정으로 의무화됐다. 법 제정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그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우리 아파트도 설치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설치한 것이다.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보니 굳게 닫혔던 옥상 출입문 옆에 비상문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화재 발생 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정전 상태에서는 비상 전력을 통해 가동된다. 화재 시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2020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공동주택 화재로 인한 사망자 총 80명 중 11명이 피난하지 못하여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사망자 11명 중 9명이 옥상 출입문이 잠겨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내가 사는 성남시 공동주택과에 문의해보니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법 규정으로 의무화하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 157곳 중에서 미설치한 단지가 70곳이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도 미설치했다가 이제 설치 단지로 바뀌었다. 성남시는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사업’ 대상에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를 포함해 50%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관리비를 아껴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할 수 있어서 많은 아파트 단지가 설치하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주민 김정순 씨는 “TV에서 아파트 화재 뉴스가 나올 때마다 걱정됐어요. 이번에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어서 안심됩니다. 화재가 발생해선 안 되겠지만,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라고 말한다.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에 대해 주민들 모두 만족해한다.
옥상 출입문 개폐 여부는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피난 탈출구로 ‘반드시 개방돼있어야 한다’라는 주장과 아파트 옥상은 청소년의 비행, 범죄, 자살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우범지역으로 ‘폐쇄가 필요하다’라는 주장이 상반되게 나타난다. 이런 두 가지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다.
자동개폐장치도 중요하지만, 옥상으로 통하는 통로도 중요하다. 옥상까지 가는 통로에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계단에 자전거 등이 있다. 이런 불법 거치물로 통로를 막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만약 화재 발생 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면 탈출에 방해가 된다. 소방안전법에 따르면, 아파트 계단 및 통로에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화재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화재는 아무리 예방하려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 소방청은 11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겨울철 소방안전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겨울철인 12월부터 2월까지 화재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급증하는 시기다.
소방청 발표 자료를 보니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화재 사고는 봄철보다 겨울철에 더 많다는 통계가 나왔다. 겨울철은 난방기구 사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또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겨울철 35.9%로 가장 많았으며, 봄철 27%, 가을철 21.1%, 여름철 사망자는 15.9%를 차지했다.
모든 사고와 마찬가지로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파트 화재도 그렇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디로 대피할까. 고층 건물은 옥상이 대피소 중의 하나다.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로 화재 시 안전한 아파트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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