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의 구분이 없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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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K리그의 패러다임 중 하나는 바로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의 구분이었지 않나 싶다.
K리그1과 K리그2를 아울러 도시민구단의 수가 기업구단을 크게 상회하기 시작했고, 이제 성적의 측면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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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지난 10년 간 K리그의 패러다임 중 하나는 바로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의 구분이었지 않나 싶다. 처음 승강제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무슨 신분제처럼 구분 짓는 잣대처럼 여겨졌다. 기업구단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금수저'이고, 도시민구단은 없는 살림에 악착같이 생을 이어가는 '흙수저'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기업구단은 도시민구단을 밑에 깔고 간다는 식의 시선이 팽배했다. 실제로도 그런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승강제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시민구단들은 강등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웠고, 어렵게 좋은 선수를 발굴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기업구단에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변한 것 같다.
여전히 K리그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쪽은 기업구단이다. 수년 째 우승컵을 다투고 있는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라이벌 구도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제 큰 흐름은 도시민구단이 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K리그1과 K리그2를 아울러 도시민구단의 수가 기업구단을 크게 상회하기 시작했고, 이제 성적의 측면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K리그2의 최하위권에 기업구단에 자리하고 있고, 전통의 명문 기업구단이 마지막까지 K리그1 생존을 담보할 수 없었으며, K리그1 파이널 라운드 그룹A(상위)에 도시민구단이 두 팀이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내용적 측면에서도 더는 기업구단의 우위를 논할 수 없다는 걸 증명한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도시민구단의 재정적 능력이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도시민구단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최대한 아껴서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성적보다, 관중동원 능력보다, 알뜰살뜰하게 최대한 적자 폭을 줄여 한 시즌을 보내는 걸 운영의 최대 목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구 FC는 최근 수년 간 좋은 성적과 더불어 스타 마케팅, 관중 동원, 심지어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 주변의 상권까지 강화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한 인천 유나이티드나 파이널 라운드 그룹A에 오른 강원 FC 역시 훌륭한 팀 운영 능력을 보여줬으며, 간발의 차로 승격에 실패한 FC 안양이 지난 2년간 보인 행보 역시 타 팀들의 부러움을 살 만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예전처럼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간 도시민구단 중 상당수가 백수십 억원을 투자하며 K리그1 잔류 혹은 승격을 도모하고 있다. 백억 혹은 오십억 안쪽에서 팀을 운영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씀씀이다.
상대적으로 기업 구단의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는 점도 요소가 될 것이다. 모기업의 정책 방향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 처지인 만큼 그들의 투자가 많고 적고의 문제를 두고 옳고 그르다는 평을 차치하고, 격차가 줄어드니 기업구단 처지에서는 도시민구단과 싸움이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때문에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의 구분은 이제 점점 무의미해지는 듯하다. 재정적 격차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있는 살림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잘 쓰느냐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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