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예견됐던 MLB 스타의 불참'…월드투어 취소, 모두가 피해자다

문대현 기자 2022. 11. 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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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구성 어려움 겪으며 티켓 판매 부진, 끝내 취소
WBC 대표팀, 선수, 팬, 지자체 등 유무형 피해 입어
MLB 월드투어 엠블럼.(NHN링크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이번달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2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 코리아 시리즈가 취소됐다. 대회가 임박해 내려진 결정에 많은 이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기다렸던 선수와 팬들을 비롯해, 피해자가 많다.

MLB 사무국은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 11월 부산 사직구장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총 4차례 열기로 했던 월드투어를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이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몇 년 새 인기가 식어버린 국내 야구의 붐 업을 위해 MLB 사무국과 손을 잡고 이 행사에 뜻을 모았다.

정규리그가 모두 끝난 뒤에 벌어지는 행사였지만, KBO는 흥행을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선수를 모아 MLB 연합팀에 대항하려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도 월드투어에서 '라스트 댄스'를 선보이려 했다.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월드투어를 추진한 MLB는 총 28인으로 로스터를 구성할 예정이었다. 이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6명이 포함된 1차 명단과 최지만(31·탬파베이 레이스), 박효준(26), 배지환(23·이상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이 합류한 2차 명단이 발표됐다.

그러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MLB 특급 선수들의 이름은 없었다. 참가 선수들의 이름값이 떨어지자 티켓 판매에 큰 악영향이 미쳤고 급기야 행사를 주최한 국내 프로모터에서 MLB측에 금전적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며 취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드러난 양상은 행사를 주도했던 MLB 측과 프로모터 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다. 프로모터 쪽은 스타플레이어의 참가를 이끌어내지 못한 MLB의 탓을 하고 있고, MLB측에서는 국내에서 제대로 티켓을 팔지 못한 프로모터를 지적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양쪽 다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안일했던 계획, 프로답지 못한 과정이 빚은 촌극이다.

국내에서 초청팀을 기다리는 입장인 '팀 KBO'와 달리 MLB 연합팀의 경우 굳이 먼 거리를 이동해 한국에서 대회를 치러야 할 뚜렷한 동기가 없었다.

선수들이 이 대회에 임할 유일한 동기는 참가 수당이었는데 그 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한국 월드투어의 경우 2018년 일본 월드투어 때에 비해 선수당 출전 비용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MLB의 스타급 선수들이 출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 한국의 추운 날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도 MLB 선수들이 참가를 주저한 요인으로 꼽힌다.

MLB 특급선수의 불참은 예견된 일이었다. ⓒ AFP=뉴스1

이 때문에 MLB는 김하성, 최지만, 배지환, 박효준 등 한국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짤 수밖에 없었다. 이 중 배지환과 박효준은 아직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입장이라 최정예 멤버의 방한을 바라던 국내 팬들의 실망감도 커졌다.

MLB와 프로모터는 충분히 이 상황을 예견할 수 있었지만 특별한 대비 없이 강행하려 했고,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적지 않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월드투어 시리즈 출전을 준비하던 한국 선수들과 MLB 연합팀의 선수들은 귀한 휴식 시간만 뺏겼다.

특히 미국 외 국적의 MLB 연합팀 선수들의 경우 추가 체류 비용과 훈련장 비용을 지출했기에 금전적 피해도 입었다. MLB 선수협회에서는 이 선수들의 피해 금액을 보전해주기 위해 피해 규모를 집계 중이라고 한다.

한국 야구 대표팀도 계획이 어긋나게 됐다.

내년 3월 WBC를 앞둔 상황에서 KBO는 월드투어를 대표팀의 실전 무대로 삼고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등 최정예로 멤버를 꾸렸다.

대표팀 사령탑인 이강철 KT 위즈 감독에게 '팀 코리아'(KBO 올스타팀)의 지휘봉을 맡긴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행사가 취소되며 MLB 선수들을 상대로 잡은 평가 계획도 어그러졌다.

해당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수십만원을 주고 티켓을 사고 일정을 세웠던 팬, 행사를 주최한 지자체, 중계를 준비했던 방송사 등도 모두가 유무형의 피해자다. 화려한 타이틀만 내걸면 될 것이라 여겼던 어설픈 일처리가 아주 우스운 결과를 낳았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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