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길어지는 보우소나루…‘대선 불복’ 트럼프 전철 밟나

박병수 2022. 11. 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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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31일(현지시각)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고 고속도로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는 등 통행을 막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고 도로 점거에 나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공식 선거 결과가 나온 뒤 하루가 지난 31일(현지시각) 늦은 밤까지 관저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지지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날 내놓은 선거 결과에 대한 메시지도 없었다. 브라질 선관위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후보가 50.9%를 득표해 49.1%를 얻은 보우소나루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가 확정됐지만, 하루 넘게 ‘패배 선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브라질의 전자 투표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 때문에 ‘이 침묵’이 대선 결과를 부인하기 위한 수순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정권 교체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은 전례가 브라질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우소나루의 측근 하원의원인 히카르두 바로스는 “31일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대선 결과에 대해 말을 해야 할지 고심 중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로이터> 통신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1일 이전까지는 아무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선거결과를 인정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힌 트럭 운전기사들은 선거 결과에 불만을 드러내며 도로를 점거하고 타이어를 불태우는 등 난동을 부리고 있다. 브라질 연방 고속도로 경찰대는 31일 밤 현재 18개 주 236곳에서 트럭 운전기사들이 길 한복판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통행을 막고 있다며 이런 교통 방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르투르 리라 브라질 하원 의장은 “투표로 나타난 다수의 의지는 도전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정부 때 장관을 지낸 타르시지우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시장 당선자, 다마레스 아우베스 상원의원 당선자 등도 룰라의 당선을 인정했다. 파울로 칼몬 브라질리아 대학 교수는 “보우소나루가 최근 인터뷰에서 선거에 지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적 있다”며 “다만 룰라의 승리를 축하하면 극우 지지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지도자들은 룰라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자유롭고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선거”는 뜻을 밝혔다. 평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팬임을 공언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20년 11월 미 대선 이후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데 한달이나 걸린 것과 비교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룰라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를 11월 말 멕시코에서 열리는 태평양동맹(PA)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이웃 나라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예 상파울루로 날아가 룰라 당선자와 직접 만났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오늘 희망과 미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의 지도자들이 룰라의 당선을 축하했다. 대선 결과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인이 늘어날 수록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하기 더 힘들어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퇴임 뒤 여러 법적인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대법원 조사의 조사를 받고 있고, 상원 역시 코로나19 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기소를 권고한 상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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