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우주정거장 궤도, 미리 다녀오겠습니다”…시험용 위성, 13일 달 상공 진입 예상
인간을 태운 채 달 상공을 도는 목표를 향한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개발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월면 기지를 위한 통신과 보급 거점 역할을 할 루나 게이트웨이가 향후 공전할 특이한 궤도를 미리 날아볼 시험용 소형 인공위성 ‘캡스톤’이 달 상공에 성공적으로 접근했다. 오는 13일(현지시간)부터 달 궤도에 들어와 공전할 예정인 캡스톤은 루나 게이트웨이가 정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임무를 맡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31일 “캡스톤이 지난달 27일 비행 궤도 수정에 성공했으며, 오는 13일 달 궤도에 도달할 것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민간 우주기업이 개발한 캡스톤은 중량 25㎏로 전자레인지 크기 만한 작은 위성이다.
지난 6월28일 지구에서 발사된 캡스톤은 약 4개월간의 여정을 통해 달에 접근했다.
과거 아폴로 우주선들처럼 달까지 직선에 가까운 궤도를 그리며 4~5일 안에 갈 수 있는 비행 방식인 ‘직접 전이’ 대신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 지구에서 155만㎞ 떨어진 우주 지점까지 이동한 뒤 지구와 태양, 달의 중력을 이용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탄도형 달 전이(BLT)’ 방식으로 날았다.
BLT를 쓰면 비행을 위한 연료 소모가 크게 줄어든다. 지난 8월 발사된 한국의 첫 번째 달 궤도선 ‘다누리’도 BLT 방식으로 우주를 비행 중이며, 올해 말 달에 도달하는 게 목표다.
NASA가 캡스톤을 통해 얻고 싶은 핵심 정보는 루나 게이트웨이가 인간이 실행해 본 적 없는 ‘근직선 후광 궤도(NRHO)’를 별 일 없이 돌 수 있는지다. 이 궤도를 돌면서 기술적으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을지 사전 점검하려는 것이다.
NRHO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타원형이라는 점이다. 달과 가까울 때 고도는 1600㎞이지만, 멀 때에는 7만㎞에 이른다. 거리 차이가 무려 44배다.
NASA가 이런 극단적인 타원형 궤도를 구상한 이유는 루나 게이트웨이가 달로 추락하지 않으면서도 우주의 중간 기착지와 월면 기지를 위한 통신·보급 거점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달에서 가까운 상공을 동그란 궤도를 그리며 공전하면 월면과의 접근성이 매우 좋아지지만, 달의 중력에 이끌려 추락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연료를 써야 한다. 연료 보급은 우주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NASA는 루나 게이트웨이를 최소 15년간 쓸 계획이기 때문에 이런 근거리 공전은 실행하기가 어렵다.
달에서 아주 먼 거리를 안정적으로 공전하게 되면 연료 걱정은 사라진다. 루나 게이트웨이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달의 지상 기지와 접촉하는 일이 어렵다.
이런 여건을 종합해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극단적으로 찌그러진 타원형 궤도인 NRHO이다. 지구와 가까워지는 지점과 먼 지점이 혼재해 있어 월면 기지와의 쉬운 접촉과 효율적인 장기 비행이라는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게다가 NRHO를 돌면 지구와 끊김 없이 상시적으로 통신할 수 있다.
NASA는 캡스톤이 최소 6개월 동안 달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결과는 2024년쯤 모습을 나타낼 루나 게이트웨이를 운영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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