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길어지는 보우소나루…선거 불복 가능성에 브라질 긴장 고조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 결과 발표 후 하루가 지나도록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 브라질 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글로부 등 현지 매체들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날 선거 결과에 대해 이틀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1.8%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우글로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측근인 장관들 최소 8명이 이날 대통령을 만나 선거 패배를 시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파비우 파리아 브라질 통신장관을 인용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1일 이전에는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가 측근들의 조언을 수용해 선거 결과에 승복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내가 진다면 선거를 도둑맞는 경우뿐”이라면서 불복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집권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식을 따라 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선거 패배와 관련해서도 트럼프를 따라할 수 있다”면서 “승복을 거부하고 핵심 지지층을 동원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다음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침묵하는 동안 지지자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321건의 시위를 벌이면서 26개 주에서 도로가 부분 또는 전면 차단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부 트럭 운전사들은 군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장남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고개를 들고 브라질을 포기하지 말자”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승복 여부와 별개로 대통령의 측근들은 룰라 당선인 측과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룰라 당선인 측은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이 선거 다음날 새 부통령 당선인 제라우두 아우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와 통화하고 룰라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했다. 글레이지 포프만 브라질 노동당 대표도 시루 노게이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화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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