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부책임론' 커질까 노심초사…"추궁할 때 아냐" 되풀이(종합)
세월호 '트라우마' 민심 이반 초래할까 경계
여당 내부서도 "이 장관, 추모 시간 방해하는 발언"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추궁할 때 아니다. 수습과 애도에 전념할 때”라고 자제시키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커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이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 논란에 대해 “적절한 발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애도기간에는 정쟁을 지양하고 사고 원인이나 책임문제에 대해 이후에 논의될 것이기 때문에 의견을 말씀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어 박희영 용산구청장 발언 등에 대한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여기까지 마치겠다. 여기가 추궁하는 자리는 아니니까”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후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후 기자들이 ‘참사와 관련해 아무도 적극적으로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묻자 “애도 기간이 끝나면 그 점에 대한 논의가 있을 거니까 그 기간 동안만은 좀 자제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접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발언에 대해 묻자 “어제 이야기했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10월 31일) 정 위원장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이라며 이 장관의 발언 문제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안전대책 미흡으로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 지도부의 이같은 발언은 ‘애도’를 명목으로 정부 책임론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참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인명 피해 사고인 만큼 민심 이반을 초래할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수습은 지도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되면서 정부에 요구하는 국민적 잣대가 더욱 높아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상민 장관의 발언은 메시지도 틀렸고, 타이밍도 틀렸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의 사태 수습이 희석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더 커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언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정부의 태도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책임한 면피용 발언으로 이 장관은 이미 여당 내에서도 파면 요구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나와 사고 현장 인근 상인과 일반인들을 상대로 검경이 수사를 벌이는 데 대해 “엉뚱한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참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날 의원 총회 서면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참사를 두고 정쟁으로 치닫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정부와 정책책임자들의 후진적 인식에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 장관의 이런 발언이 또 다른 참사를 잉태한 소극적이고 후진적 행정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BTS 부산 콘서트 당시와 비교하며 “당시 5만 5000명이 운집했지만 안전요원은 2700여 명이 배치됐다. 이번 이태원에서도 같은 수준의 조치가 이뤄졌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태”라고 말했다.
이에 여당 내에서도 이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MBN 인터뷰에서 “지금이 추모의 시간이라 추궁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지나친 정쟁은 추모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말씀드린 것이다”라며 “추모의 시간에 맞는 발언을 했어야 하는데 (이 장관)의 발언은 추모의 시간을 갖는데 방해가 되는 발언이다. 신중치 못했다. 앞으로는 추궁의 시간, 대책 마련의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진솔 (sincer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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