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1회용품 줄이기' 1년 계도기간으로 급선회, 왜?
시행령 개정 후 이미 1년 지났는데…과태료 없는 '캠페인' 누가 따를까
환경부 "8월 업계 간담회서 나온 현장의견 반영한 것…규제보다 실제 작동이 더 중요" 해명
환경 당국이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 조치를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1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규제의 실효성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 '일회용품 줄이기' 확대 시행 3주 남겨두고 '규제 대신 계도' 선택
앞서 정부가 2019년 대형매장의 비닐봉투나 식당의 일회용 접시·용기, 나무젓가락 등의 사용을 금지한 이후 첫 확대 조치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 식당, 카페의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가 사라진다. 또 대형 매장 뿐 아니라 편의점, 슈퍼마켓 등 중소형 매장에서도 일회용 봉투·쇼핑백을 사용·판매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는 비가 올 때 우산에 씌우는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지키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장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감량 성과를 얻겠다는 이유로 이번 확대·강화 조치에 대해 1년 간 계도 기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및 종이컵은 1년의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일단 환경부는 소비자 요구, 사업장 상황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새로 확대된 금지사항을 반드시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계도기간 동안에는 슈퍼마켓 등 종합소매업에서는 필요한 경우 종전의 규정대로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판매할 수 있다.
게다가 환경부 정선화 자원순환국장은 이날 진행한 관련 브리핑에서 "1년 이후 (제도)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1년 이후에 보다 효과적인 수단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며 1년 후에도 규제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만약 계도기간 동안 '일회용품 줄이기'에 참여하지 않은 매장이 있더라도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고, 방문 계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환경부는 지자체와 유역(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 및 관련 민간단체 등과 함께 일회용품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기 위한 '행동변화 유도형(넛지형) 감량' 캠페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보이지 않게 하고, '무인 주문기(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일회용품 미제공을 '친환경 기본값(green defaults)'으로 하는 등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들을 직접 방문해 안내하고, 분기별 조사(모니터링) 등을 통해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 후 이미 1년 지났는데…시민사회 "1회용품 규제 포기했다" 비판 쇄도
하지만 이미 지난해 연말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1년간의 사실상 계도기간을 가졌는데도 재차 규제를 늦춘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해당 업계조차 관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규제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환경부는 이미 지난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2월로 미룬 바 있다. 또 지난 4월에도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계도기간을 두기 시작해 아직도 유예 중이다.
이처럼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후퇴가 거듭되면서 '정권 교체 이후 정부의 환경 정책 의지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7개 환경, 시민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환경부 발표내용에 대해 "환경부는 존재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사실상 '1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시장에 맡긴 규제라는 이행의 책임이 없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규제의 역할을 '지자체 여건에 따라 실효적으로 집행하라'며 당당히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했다"며 "지자체마다 다른 환경정책을 집행하도록 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장 상황에 따라 규제 조치를 준수하지 않도록 허용한 데 대해서도 "제도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지난 8월 현장 온라인 설명회 등을 거치며 여러 현장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계도기간을 설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간의 금지조치나 기존 규제들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이 확인했다"며 "이 제도가 현장에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계도기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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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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