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낸 호텔만 상단 노출…부킹닷컴·아고다 소비자 기만 제재

아고다 홈페이지 갈무리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숙소입니다”(아고다)

“이 숙소는 최고의 서비스와 탁월한 가성비로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부킹닷컴)

광고비를 많이 낸 숙박업체를 골라 검색 순위를 올려준 온라인 숙박예약풀랫폼(OTA·Online Travel Agency) 부킹닷컴과 아고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광고 수수료를 낸 숙박업체를 검색결과 상단에 배치하고 이른바 ‘엄지척’ 이모티콘까지 달아줬는데, 소비자에게는 ‘광고’사실을 알리지 않아서다.

공정위는 부킹홀딩스 계열사들인 부킹닷컴과 아고다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태료 500만원(각 250만원)을 부과한다고 1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결과, 부킹닷컴은 광고 수수료의 대가로 숙박 플랫폼에서 광고를 구매한 숙박업체 순위를 끌어 올려 검색 상단에 노출시켰다. 숙소 정렬 기본값인 ‘저희가 추천하는 숙소’ 목록에서 광고(추천·프리미엄 숙소 프로그램)를 구매한 업체의 검색순위를 올려줬다. 알고리즘 일부 요소의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이다.

모바일 앱에서는 광고 숙박업체 옆에 엄지척 아이콘을 붙이고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웹사이트에서는 엄지척 아이콘에 커서를 대거나 누르면 설명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광고 구매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고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는, 지불하는 중일 수 있는’ 등 불분명하게 표현했다.

광고 수수료 지불에 관한 사실 등 미표시 화면. 공정위 제공

아고다 역시 광고 구매 업체를 검색 결과 첫 페이지 상단에 위치시키고 검색 순위를 올렸다. 광고 구매 업체에 ‘아고다 추천’, ‘현재 인기있는 숙소’와 같은 특정 아이콘 문구를 달아놓고 광고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부킹닷컴과 아고다는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인 숙박업체의 광고 구매 여부, 광고 구매에 따른 검색순위 조정 등 노출도 상승 여부, 표시된 문구, 아이콘이 광고 수수료의 대가였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즉 광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아 광고 구매 업체들이 다른 업체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더 선호되거나 더 우수한 것처럼 오인시켜 소비자를 유인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여행 수요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숙박 예약 플랫폼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며 “온라인 숙박 예약 분야에서 기만적 소비자 유인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자들에 대한 점검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