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7개월 연속 무역적자…연간 누적 적자 356억달러
메모리반도체 부진…對中 수출 15.7% 급감
국제유가 하락 불구 ‘겨울 대비’ 에너지 수입↑
“日·獨 등 제조 수출강국 공통 현상”이라는 산업부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7개월째 적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7개월 연속 적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의 기록이다. 반도체 품목을 앞세우고 중국에 주력했던 우리 수출 상황이 지난달 급격히 악화하면서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충격에다가,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원 수입액이 크게 늘면서 적자 규모를 한달 전보다 2배가량 키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66억9600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달 전인 9월 37억78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2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올해 1~10월 누적 적자는 356억달러를 기록했다.
2년 만에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 타격을 더했다. 그간 에너지 수입 부담에 계속돼 온 무역수지 적자에도 수출만은 간신히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10월엔 그마저 꺾여버린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524억8200만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5.7% 줄었고, 수입은 591만7800만달러로 9.9% 늘었다.
◇ 믿던 구석 ‘반도체·중국’ 무너지자 수출 고꾸라져
우리나라 최대 수출 국가인 중국, 그리고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동시에 겹쳤다. 우선 10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자동차·차부품·석유제품·이차전지 등 품목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수출 감소세다. ▲반도체 -17.4% ▲석유화학 -25.5% ▲일반기계 -3.4% ▲철강 -20.8% ▲디스플레이 -7.9% ▲바이오헬스 -18.7% ▲무선통신 -5.4% ▲컴퓨터 -37.1% ▲섬유 -19.1% ▲선박 -2.6% ▲가전 -22.3% 등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수출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8월(-7.8%) 마이너스로 전환하더니 9월(-5.7%)과 10월(-17.4%)에도 그 흐름을 이어갔다.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견조한 편이었지만,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글로벌 수요 약세, 재고 누적 등 영향으로 해당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출 감소는 올 하반기 들어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에서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진 모습이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21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5.7% 급감한 것이다. 중국 봉쇄 조치로 인한 자체 수입 시장 위축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대(對)세계 수입 증감률은 지난 7월까지 ‘플러스(+)’를 이어오다가 8월(-0.2%), 9월(-0.4%) 등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유화(油化)·철강 품목을 중국이 예년보다 적게 들이면서 대중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나머지 국가로의 수출 상황도 좋지 않았다. 9대 주요 지역 중 미국·유럽연합(EU)·CIS를 뺀 6개 지역에서 감소세가 나타났다. 중국을 포함해 ▲아세안 -5.8% ▲일본 -13.1% ▲중남미 -27.0% ▲인도 -0.3% ▲중동 -6.5% 등이다. 일본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중남미 지역은 인플레이션발(發)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환경이다.
◇ 국제유가 하락에도 ‘겨울 대비’ 에너지 수입액 컸다
수입 측면에서 살펴보면 대규모 에너지 수입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동절기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조기에 에너지원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등의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10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55억3000만달러로 전년 수입액(109억3000만달러)보다 42.1% 급증했다.
더욱이 1~10월 누계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58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16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무역적자(356억달러) 규모를 2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다만 최근까지 다소 하락 추세를 보인 국제 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적자 충격이 더해지며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10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1.16달러를 기록해 100달러를 돌파하기 일쑤였던 1~2분기에 비해 진정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 산업부 “제조 기반 수출 강국 공통 현상…日·獨보다 우리 상황 낫다”
우리나라 수출입 환경이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지만, 산업부는 이것이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제조 기반 수출 강국들의 공통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부는 “일본은 4월 이후로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 중이고, 독일과 프랑스 등도 수출 증가세 둔화 및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수출 감소를 여러 차례 기록한 일본과 독일 등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수출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전년 대비 1~8월 누계 수출 증가율은 한국이 13.5% 증가를 기록했으나 ▲일본 0.1% ▲독일 1.8% ▲프랑스 6.9% 등에 그쳤다.
산업부는 또 10월 한달이 아닌 1~10월 누계 수출액을 따져보면, 지난해 1~10월 때보다 10.3% 증가를 기록하고 있으니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산업부는 “올해 연간 수출액이 기존 최고 실적인 지난해의 6444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해 수출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수출액은 2020년 10월 대비 24.2% 증가한 557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0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수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단기간에 우리 수출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무역적자 지속과 10월 수출 감소 등 최근의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긴장감을 갖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 활력 제고를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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