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김호곤 재계약 불발…K리그 시도민구단 '찬바람'

최송아 2022. 11. 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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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엔 성남 매각설로 뒤숭숭…시즌 끝나니 축구인 고위층 연이어 떠나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8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프로축구 K리그 시도민 구단에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축구인 출신 고위층 인사들이 구단주인 지방자치단체장의 결정으로 떠나게 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인 K리그1 강원FC의 이영표(45) 대표이사가 최근 강원도로부터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2020년 12월 취임한 이 대표는 이로써 2년 임기만 채우고 강원을 떠나게 됐다.

이 대표는 강등 위기에 몰린 2021시즌 막판 최용수 감독을 영입, 승강 플레이오프(PO) 승리로 잔류를 이끈 공신이다.

팀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었던 터라 주변에서도 만류하던 최 감독의 강원행이 성사된 데엔 이 대표의 설득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이들이 합을 맞춘 강원은 2022시즌 K리그1에선 구단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6위에 올랐다.

이 외에 스폰서 유치, 각종 상품화 사업, 사회 공헌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은 이 대표가 물러나게 된 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지사가 당선된 게 결정적인 계기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전 지사 체제에서 영입된 이 대표이사의 입지가 흔들릴 거란 전망이 시즌 직후 현실이 된 것이다.

수원FC의 김호곤 단장(윗줄 가운데)과 김도균 감독(윗줄 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자체장의 소속 당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K리그1 수원FC의 김호곤(71) 단장 또한 지방선거로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구단과 결별을 앞둔 케이스다.

수원시는 2019년부터 일해 온 김 단장에게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최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단장 체제의 수원FC는 강등 5년 만이던 2020년 1부 승격을 달성했고, 2021년에는 창단 처음으로 K리그1 파이널A에 진출해 5위로 마쳤다.

올해에는 파이널A 진입은 이루지 못했으나 파이널B 최상위인 7위로 일찌감치 잔류를 확정했다.

하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재준(더불어민주당) 시장의 선거를 도운 축구인의 부임설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김 단장과의 결별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축구와 관련 없는 논리에 축구인들이 몸담던 곳을 떠나게 되는 이 같은 결정은 구단 지지자를 비롯한 축구 팬의 공감은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강원 서포터스인 나르샤는 이영표 대표의 재계약 불발 보도 이후 성명서를 내 이 대표가 "불과 작년 강등 싸움을 하던 팀을 상위 스플릿 그 이상의 아시아로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 1등 공신"이라며 김진태 지사가 '민심을 잃을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진짜 대표이사라고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이 대표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며 재계약을 강하게 요구했다.

10월 12일 성남과의 경기 때 관중석에 펼쳐진 수원FC 서포터스 리얼크루의 김호곤 단장 재계약 촉구 걸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FC 서포터스 리얼크루는 시즌 중 김 단장 재계약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경기 중 관중석에서 '축구팀에는 축구인 단장 김호곤을', '김호곤 4년 성과 재계약은 당연하다'는 걸개도 펼쳐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제 내년에 대비한 각 팀의 새 판짜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다른 시도민구단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축구인 행정가의 석연치 않은 퇴진은 선수단 운영, 나아가 결국 팀의 경기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계약 기간이 남은 김도균 수원FC 감독이 새 단장과 동행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로 떠올랐다.

수원FC의 적극적 전력 보강의 밑거름이 된 선수들이 대부분 김 단장과 김 감독의 존재를 결심의 계기로 삼았던 만큼 팀 내 동요 가능성도 있다. 강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구단 리더십도 바뀌며 흔들리는 K리그 시민구단의 현실은 이번 지방선거 이후 특히 짙게 드러나고 있다.

성남FC 응원하는 팬들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성남FC 팬들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2022.8.28 xanadu@yna.co.kr

K리그1 성남FC의 매각설로 프로축구계가 한동안 시끄러웠던 것 또한 그 단면이다.

성남은 이번 선거에서 시장의 소속 당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뀐 곳이다. 새로 구단주가 된 신상진 시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매각을 언급하며 팀 안팎이 들끓었다.

매각설에 연고지 이전설 등도 제기됐으나 9월 성남시가 연고지 유지를 목표로 투자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히며 일단은 잠잠해진 상황이다.

성적 부진이 겹쳤으나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의 감독과 단장이 시즌 도중 연이어 사퇴한 것도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뒷말이 축구계에서 잇따르기도 했다.

시도민구단이 재원 대부분을 지자체에 의존하고 지역 기반조차 취약한 곳도 다수인 현실, 이에 따른 '정치적 외풍' 논란이 K리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도민구단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론으로 귀결되는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K리그엔 또 다른 시민구단인 천안시축구단이 2부리그에 가세할 예정이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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