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뉴삼성' 발표 없이 애도 동참
삼성전자 창립 53주년 기념식 조용한 분위기 속 개최
이재용 회장 불참
한종희 부회장 "어려울 때일수록 진짜 실력 발휘"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을 맞은 삼성전자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열었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을 고려해 행사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새로운 비전과 관련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도 없었다.
삼성전자는 1일 오전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3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했지만,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이후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변경했다.
당초 재계는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을 맞은 만큼,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행사 규모를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참석해 '뉴삼성' 비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계획했던 내부 축하 공연을 취소하는 등 행사를 간소화했다. 기념식은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해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애도 메시지를 내며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임직원 여러분은 국가 애도 기간 희생자 추모에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별도 메시지도 전하지 않았다. 그는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영상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지만, 이때를 제외하고 참석하거나 기념식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2019년 당시에는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종희 부회장이 메시지를 냈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며 "삼성전자의 저력과 도전 의지를 바탕으로 또 한 번 새롭게 변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어 "새로운 기회 영역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메타버스 등에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신사업 기회를 창출해 성장 모멘텀을 확대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또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 혁신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자"며 "선구적인 준법정신과 문화가 삼성전자의 기본 가치로 자리 잡도록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국가 애도 기간을 감안해 당분간 엄숙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각 사업장에 조기를 게양하고 임직원들의 회식 자제 등을 당부한 상태다.
창립기념일을 조용하게 보낸 만큼, '뉴삼성' 로드맵은 연말 인사 발표 시기에 맞춰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가 실적 악화로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 의지를 반영한 비전 발표를 더 늦추진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말에 그룹 컨트롤 타워 부활, 고강도 사장단 인사 등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취임식 없이 곧바로 현장 경영에 나섰다. 그만큼 최근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사장단에게 밝힌 소회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래 먹거리 경쟁력 강화와 인수합병 후보군 물색 등 챙겨야 할 현안이 많아 이재용 회장이 국내외 현장 경영을 더욱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매주 1~2차례씩 재판에 출석하는 건 보폭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에 연말 베트남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센터 방문과 함께,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주요 예상 출장지로 거론되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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