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 핵전쟁 각본 마지막 단계” 한·미 공중훈련 비난···더 큰 도발 수순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시작되자 “미국의 핵전쟁 각본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고 맹비난했다.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거론, 향후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7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31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남조선 전역에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호국’ 연습이 진행된 데 이어 불과 며칠 만에 또다시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남조선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였다”며 “미국과 남조선의 지속적인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하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강 대 강 대결 국면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 “일본에 기지를 둔 F-35B 스텔스전투기들을 포함하여 수백여대의 각종 전투기들이 동원되는 이번 훈련은 조선반도 유사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둔 침략형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했다.
외무성은 한·미 훈련이 지난 4월 연합지휘소 훈련과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9~10월 미 핵추진 항공모함 주축 해상훈련을 거쳐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공중훈련으로 확대”됐다며 “미국의 핵전쟁 각본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또 “조선인민군 부대들의 최근 군사훈련들이 미국과 남조선에 의하여 조성된 불안정한 안보환경 속에서 진행되였다는 데 대하여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며 “미국이 우리의 자위적인 군사적 대응에 대하여 정세를 긴장시킨다고 비난하는 것은 철저히 언어도단이며 적반하장”이라고 비난했다. 탄도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도발을 거듭 정당화하며 정세 악화 책임을 한·미에 돌린 것이다.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 중단을 촉구하며 강도 높은 추가 도발을 시사했다. 외무성은 “미국은 무익무효의 전쟁연습 소동을 당장 걷어치워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초래되는 모든 후과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이행할 준비가 되여있으며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또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주권국가의 ‘정권 종말’을 핵전략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하는 경우 자기도 대등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겨냥한 것이다.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는 당일 북한이 곧바로 입장을 내며 군사적 맞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공군과 미 7공군사령부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일간 진행하는 비질런트 스톰에는 군용기 240여대가 투입된다. 미 해병대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는 훈련 참가를 위해 군산 기지에 착륙하며 처음으로 한국 땅에 내렸다.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은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으로, 한·미 확장억제력을 과시하며 7차 핵실험 등 북한 도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는 취지다. 2017년 12월에도 북한 외무성은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했다.
지난 9월말 미 항모 전개 이후부터 도발 국면을 이어오고 있는 북한은 한·미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계기로 더 큰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훈련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취약한 공군력을 동원하기 보단 미사일 발사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7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달 8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는 기존 정보분석을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 등 큰 틀에서는 7차 핵실험을 위한 물리적 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실제 핵실험 시기는 김정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북한은 언제 핵실험을 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대내외적 상황 등을 고려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이 마치 우리의 연례적·방어적 훈련 때문인 것으로 오도하고 있으나 정부는 현 정세가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확고한 억제태세를 갖출 것이며,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우리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를 언급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정부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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