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안전대책 간담회서 ‘쓰레기 처리’ 걱정만 늘어놨다

김보름 기자 2022. 11. 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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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경찰·용산구청 등이 안전 대책을 논의하자며 '4자 회의'를 열어놓고, 정작 내놓은 안전 대책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은 안전 대책 대신 "주 52시간제 법 규정 때문에 주말에 환경미화원이 일을 못한다"고 했고, 경찰관은 "같은 공무원 맞나"며 쓰레기 주제 공방을 벌이는 비상식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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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이태원 : 1일 오전 한 시민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의 문 닫힌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

■ 속속 드러나는 안전불감증

참사 3일전 핼러윈 대응 회의

구청 자원순환과 직원들 참석

“미화원 주말 일 못해 배출 자제”

박희영 구청장 책임 회피 논란

“우린 할 수 있는 역할 다 했다

핼러윈은 축제 아닌 현상일 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경찰·용산구청 등이 안전 대책을 논의하자며 ‘4자 회의’를 열어놓고, 정작 내놓은 안전 대책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은 안전 대책 대신 “주 52시간제 법 규정 때문에 주말에 환경미화원이 일을 못한다”고 했고, 경찰관은 “같은 공무원 맞나”며 쓰레기 주제 공방을 벌이는 비상식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원 특수를 기대한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번 핼러윈데이에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애초 관계기관들이 안전 대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방증”이라고 지적한다.(문화일보 10월 31일자 1·2면 참조)

1일 문화일보가 확보한 간담회 계획 문건(사진)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10월 26일 오후 3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 이태원역장 등과 핼러윈데이 대비 간담회를 가졌다. 해당 계획안에는 ‘핼러윈데이 전 성범죄·마약범죄 예방 및 행사 당일 안전 대책을 위한 간담회’라고 명시돼 있다. 안전 대책을 논의하는 관계기관 간담회였지만 구청은 애초에 간담회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뒤늦게 행사를 알게 된 구청은 직원을 보냈지만, 안전 관련 부서인 재난안전과가 아닌 자원순환과 직원을 보냈다. 용산구 관계자는 “10월 26일 오후 3시에 회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원순환과 직원 2명이 쓰레기 배출안내를 하러 자진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안전 대책이 아닌, 쓰레기 처리 문제 얘기가 주로 오갔다. 용산구청 자원순환과 직원은 “주 52시간제 때문에 주말에 환경미화원이 일을 못한다”며 “핼러윈데이 주말 동안 다량으로 도로에 배출되는 쓰레기에 대해 배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한 경찰관은 “같은 공무원이 맞느냐”고 맞섰다고 한다.

다른 기관도 안전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이태원 특수를 기대한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번 핼러윈데이에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했다. 경찰 역시 연합회 등에 범죄예방 및 단속활동 협조를 요청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또 이태원역장은 구청과 연합회 측에 지하철역 환풍구 추락사 예방을 위한 장애물 설치를 요청했으나 실제 설치되지 않았다.

한편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책임 회피로 일관해 비판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박 구청장은 전날 이번 참사와 관련,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이건(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 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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