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문가 “이태원은 ‘군중 눈사태’…일방통행 유도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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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방재 전문가들이 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때 '군중 눈사태'가 발생해 희생자가 커졌다며 경찰 등이 사전에 개입해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 뒤엉키지 못하도록 일방통행을 유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이 경찰에게 있다고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그가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효고현 압사 사태 때도 육교 위에서 축제를 보러 가려는 사람과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이 엉키면서 '군중 눈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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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예상된만큼 경찰 경비 있었어야”
일본의 방재 전문가들이 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때 ‘군중 눈사태’가 발생해 희생자가 커졌다며 경찰 등이 사전에 개입해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 뒤엉키지 못하도록 일방통행을 유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이 경찰에게 있다고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2001년 7월 일본 효고현 압사 사고의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무로사키 요시테루 효고현립대 명예교수(방재계획)는 29일 밤 이태원에서 ‘군중 눈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티브이 아사히>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군중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과거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이번에 유사한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며 “1㎡ 안에 15명 정도가 있을 경우 스스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고 있다. 우연히 틈이 생기면 그곳을 향해 눈사태가 나듯 사람들이 겹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가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효고현 압사 사태 때도 육교 위에서 축제를 보러 가려는 사람과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이 엉키면서 ‘군중 눈사태’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11명이 숨지고, 183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가운데 대다수인 9명이 9살 이하의 어린이여서 더욱 충격을 줬다. 시의 조사 결과 육교 위에는 1㎡당 최대 13~15명이 있었다. 이렇게 밀집해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서로 밀려 쓰러지면서 ‘군중 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히로이 유 도쿄대 교수(도시 방재)는 1일치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군중 눈사태는 1㎡당 10명 이상이 밀집해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 쓰러지거나 쪼그리고 앉았을 경우 그 틈을 향해 차례차례 사람들이 쓰러지는 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간에 폭이 좁아지는 외길 등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군중을 유도하는 경비 태세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흥분 상태가 될 때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9일 밤 ‘이태원 참사’ 때 히로시 교수가 언급한 이 세가지 현상이 한데 겹쳤다. 해밀턴 호텔 옆의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렸고, 경찰의 적절한 안전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집단 패닉에 빠졌다. 결국 사람들이 서로 밀려 넘어지며 ‘군중 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 이런 참사를 피하려면 적절한 보행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로자키 교수는 이런 참사를 “사전에 막으려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일방통행으로 설정한 다음, 그 자리에 멈추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할로윈 축제 때 10만여명이 몰릴 것이 예상됐던 만큼 군중을 유도하는 경찰의 경비 태세가 갖춰져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다수 인파가 몰리는 행사의 경우 입장 제한을 검토하고, 그래도 사람들이 밀집했을 경우 침착하게 행동하도록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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