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책임 “있다” 법적 책임 “없다” 분리 대응하는 여당[이태원 핼러윈 참사]

조미덥·정대연·조문희 기자 2022. 11. 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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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로 정치적 책임 인정
법적 책임은 없다거나 논의 미뤄
수사·정부 배상·야당과 격돌 대비
이상민 행안부장관(가운데)이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긴급현안보고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권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분리해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수긍하면서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렵다거나 사고 수습 이후에 법적 책임을 논의하자는 형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책임자들이 1일 일제히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도 정치적 책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법적 책임에는 선을 그어 향후 야당과의 책임 공방, 검·경 수사, 희생자 배상 논란에 대비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석열계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책임의 문제는 정치적 책임이라는 부분이 있고, 법적 책임이라는 게 있다”며 “당연히 치안을 관리하고 지자체가 있으니까 너희들이 왜 책임이 없냐고 단순하게 말하는 부분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적 책임은 아주 복잡하다”며 “안전 관리 주체가 없다는 것은 안전 관리를 할 의무자가 없다는 것이다. 의무가 없는데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나. 법률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통행을 제한 안했다고 비난이 가지만 그 책임은 주최 측에서 질서 유지 요청이 있었을 때 부과될 수 있는데 그런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정부와 경찰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취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가의 책임은 직간접적으로 모든 걸 다 수용하고 책임지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는 책임이 없고, 저런 경우는 책임이 있고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참사에 대해 정치적으로 무한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태를 수습하고 이분들(유가족) 위로부터 하고 논리적 문제는, 법적 문제 이런 부분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선 이날도 지난 30일 “경찰·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등 발언으로 책임 회피 논란이 일었던 이 장관에 대해 다수의 비판이 제기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박형수 의원은 MBN에 출연해 “추모의 시간을 갖는 데 방해가 되는 발언이다.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이 장관이 사고 수습 후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차례로 대국민 사과를 한 데에는 정부 책임론이 더 커지는 것을 막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차후 법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순히 행인들이 모이는 경우엔 법적으로 경찰이 직접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 법적 미비점을 언급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면 향후 검·경 수사나 사망자·부상자에 대한 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는 5일 국가 애도기간이 끝난 후 야당과 벌일 책임 공방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경찰을 지휘하는 입장에서 경찰의 사기라든가 법적 책임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아주 가치중립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 해경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해경 해체를 했는데 결국 정권의 위기를 막지 못하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며 “정권 초에 정부 인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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