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어” 눈물바다 된 빈소...전국 43곳서 장례절차

2022. 11. 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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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희생자 입관·발인 속속 진행
“생전 집순이, 잠깐 나간 사이”
유족·지인들 밤샘 눈시울·통곡
일부선 장례 시작하지도 못해
1일 낮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빈소에 정규직 발령 임명장이 놓여 있다. [연합]

지난달 31일 오후 4시께 ‘이태원 할로윈 참사’ 희생자 A씨의 장례식장이 차려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장례식장을 방문한 지인이 빈소 밖 스크린에 있는 A씨의 영정 사진을 손으로 쓸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고인의 사망 소식에 장례식장을 방문한 A씨의 친척들은 유족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상복을 입은 같은 층 장례식장 유족도 A씨의 장례식장 앞에서 “너무 슬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생전 ‘집순이’여서 어디 놀러 다니는 친구도 아니었다. 그날 친구가 불러서 딱 놀러 갔는데....” 같은 병원의 희생자 B씨의 장례식장에서도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B씨의 한 친척은 고인의 사망 소식을 믿을 수가 없다며 “이른 아침에 비보를 들었는데 그냥 믿기지 많았다. 친구들이랑 놀다 잠깐 먹을 것을 사러 간 사이에 인파에 쏠려서 그렇게 됐다고 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고인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1일 오전 전북 전주시 한 장례식장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

1일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참사 희생자들의 입관이 진행됐다. 서울·수도권과 전국에 차려진 이태원 할로윈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장에서도 입관·발인이 속속 진행 중이거나 끝났다. 이날 새벽까지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지인들과 가족들은 황망한 빈소에서 슬픔에 잠겼다.

유족의 슬픔은 더욱 컸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진행된 희생자 입관식. 희생자 C씨의 어머니는 딸을 보낸 슬픔을 못 이겨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빈소로 향했다. 그는 부축을 받은 후에나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아버지 역시 눈물이 가득찬 얼굴로 아내의 등을 토닥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경찰 역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31일 오전 전북 전주시 한 장례식장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

희생자의 친구들과 지인들도 늦은 밤까지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D씨의 빈소. 지인들은 이곳을 나서는 순간까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D씨의 한 지인은 장례식장 앞에 놓인 근조 화환을 멍하니 바라보다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희생자들의 빈소는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으로 흩어져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이대목동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수원 성빈센트병원 등 서울과 경기권 병원 43곳에서 빈소가 차려졌거나 준비되고있다. 절차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직 장례를 시작하지 못한 유족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유일한 베트남 국적 피해자 A(20대·여)씨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부천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무릎을 꿇고 합장을 하고 있다. [연합]

희생자 시신 6명이 안치된 순천향대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현재 3명의 장례식장이 차려졌고, 여의도성모병원에는 1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희생자 시신 7명이 안치된 이대목동병원은 4명의 장례식장이 차려졌고, 2명은 다른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유족들은 장례식장이 마련되기 전까지 피 말리는 시간들을 보냈다. 시신을 안치된 곳이 어느 병원인지 알 수 없었던 유족들은 사망자 시신 안치된 병원이 안내되기 전까지 서울 시내에 있는 병원을 떠돌아다녔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희생자 유족의 지인 E씨는 “유족이랑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갔다가 하도 답답해서 여기(실종자 신고센터)로 왔다. 이태원 사고 현장, 병원, 체육관까지 다 돌았는데 확인이 안 됐다”며 “병원에 애원하고 제발 시신을 확인해 달라고 말해도 왜 안 들어주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해야 할까요. 부디 편히 쉬시길....”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의 메시지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

정부는 유족을 비롯한 참사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성격의 구호비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장례비도 1500만원까지 지원하고 ,부상자 치료비도 건강보험재정으로 우선 대납하기로 했다. 부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심리치료, 외국인 부상자, 구호활동 중 부상자도 포함해서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유족 지원이 진행되진 않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참사의 사망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현재 직전 집계보다 1명 늘어 총 155명이 됐다. 중상자는 3명 줄어든 30명, 경상자는 6명 늘어난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2명이다.

김빛나·채상우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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