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7개월째 적자…IMF 이후 25년 만에 최장 기간(종합)
기사내용 요약
산업부,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 발표
무역적자 67억 달러…1997년 이후 최장
월별 수출액도 2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
반도체 3개월째 감소…車 수출은 늘어
아세안 수출 역성장…중국 감소세 지속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수출이 흔들리며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무려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온 수출이 2년 만에 꺾이고, 에너지 가격 상승에 수입액은 계속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역적자 행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도 둔화 조짐을 보여 우리 수출을 반전시킬 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 시장이 쪼그라들고 반도체 수요가 줄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 동력 제고에 나선다는 각오다.
수출 2년 만에 감소세…에너지 가격 상승에 무역적자 지속
우리 수출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올해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다만 올해 들어 월별 증가율은 ▲1월 15.2% ▲2월 20.6% ▲3월 18.2% ▲4월 12.3% ▲5월 21.3% ▲6월 5.4% ▲7월 9.4% ▲8월 6.6% ▲9월 2.8% 등 갈수록 낮아졌다.
이어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달 수출은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여기에 역대 10월 최고 수준인 지난해 10월 수출 실적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는 "수출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기간 수입은 9.9% 늘어난 59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입액이 수출액을 크게 웃돌며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7억 달러 적자를 내면서 7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무려 2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1997년 6월 반짝 흑자로 전환했다가 그해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간 적자를 이어갔다.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등으로 지난달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46억 달러 오른 155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더욱이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도 356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3대 에너지원 수입 증가액은 716억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에너지 수입을 중심으로 수입이 증가세를 유지하며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며 "일본, 독일 등 제조기반 수출 강국에서도 수출 증가세 둔화와 무역수지 악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효자 품목 반도체 어쩌나…석 달 연속 감소세
완성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나아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과 친환경차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28.5% 증가한 40억2000만 달러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차 부품 수출도 부품 수급 개선 등으로 국내는 물론 현지 생산이 함께 늘며 3.2% 증가한 18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중남미 등 주요 시장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이차전지 수출액은 16.7% 늘어난 8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선진시장의 친환경 정책 확산으로 전기차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7.6% 증가한 43억9000만 달러였다. 정유업계의 정기 보수에도 불구, 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천연가스 대체 수요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17.4% 쪼그라든 92억3000만 달러로 3개월째 감소했다.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17.6% 늘어난 43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메모리반도체 수출 35.7%나 급감한 44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D램, 낸드플래시 등 제품 가격이 전 세계 수요 약세, 재고 누적 등으로 하락했다. 철강 수출도 세계 경기 둔화 영향으로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 둔화세를 보이며 수출단가가 내려가 20.8% 감소한 26억7000만 달러였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5.4% 감소한 17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지만, 전 세계 소비 둔화 영향으로 전반적인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컴퓨터 수출은 고금리 영향 등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IT 기기 수요 감소 등으로 37.1% 감소한 9억 달러였다.
이외에 선박(-2.6%·15억 달러), 석유화학(-25.5%·3000만 달러), 일반기계(-3.4%·39억2000만 달러), 바이오헬스(-18.7%·10억7000만 달러), 디스플레이(-7.9%·18억1000만 달러), 섬유(-19.1%·9억2000만 달러), 가전(-22.3%·6억2000만 달러) 등의 수출액도 감소세였다.
아세안 수출 20개월 만에 역성장…中 수출 여전히 고전
유럽연합(EU) 시장 수출도 1073 감소한 56억2000만 달러로 역대 10월 중 1위였다. 이는 일반기계, 석유제품, 차 부품 수출 호조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CIS 지역 수출액도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 등 품목 수출이 늘어 0.4% 증가한 11억4000만 달러였다.
반면 최대 교역국인 대(對) 중국 수출은 15.7% 줄어든 121억6000만 달러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중국 부동산 침체 속 소비심리 위축과 대외수요 부진에 따른 생산 정체로 경기 둔화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와 철강, 디스플레이 등 품목 수출이 감소했다.
아세안 지역 수출도 5.8% 감소하며 20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돼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석유화학 등 품목이 감소한 영향이다. 일본 수출액도 엔화 약세로 현지 기업의 수입 부담이 늘며 철강, 반도체 수출 등이 줄어 13.1% 감소한 22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외에 인도 지역은 0.3% 감소한 14억 달러였다. 중남미 지역 수출은 27% 줄어든 18억1000만 달러, 중동 지역 수출은 6.5% 감소한 14억1000만 달러였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러·우전쟁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며 주요 기관이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단기간에 우리 수출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역적자 지속, 10월 수출 감소 등 최근 상황을 정부는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긴장감을 갖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활력 제고를 총력 지원할 것"이라며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조치로 범부처 차원 수출 지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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