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체적 위기 넘을 ‘전환적 리더십’ 필요하다
글로벌 신냉전과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대전환의 시기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은 선진 일류국가로 안착할지, 기존 성취에 안주하다 뒷걸음질할지 기로에 섰다. 윤석열 정부 5년은 이를 판가름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는 위기 극복의 역사였다. 수많은 위기가 닥쳤지만, 국민은 그때마다 위기를 도약 발판으로 삼아 한 단계 발전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그런 흐름이 뒤바뀌려 한다. 정치와 리더십 분야에서 퇴행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과제를 수행하는 리더십이다. 세계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의 성취는 건국·산업화·민주화에 적절한 리더십이 발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대전환기에 맞는 리더십을 만들어 내느냐 여부에 21세기 대한민국 운명이 좌우된다.
경제안보 시대 헤쳐나갈 실효적 대책 내놔야
‘경제안보’라는 말이 일상화할 정도로 경제 환경도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국 기업도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시장 논리 외에 글로벌 정치 논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개발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정부와의 협력이 불가피한 이유다. 정부도 기업도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경제 상황 자체가 안팎으로 사면초가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2분기엔 선방했지만 3분기엔 0.3%로 퇴조 분위기가 완연하다. 내년에는 1%대 성장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 달러’ 압박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시진핑 체제로 인한 ‘차이나 리스크’ 역시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다툼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 등이 중첩되면서 기업들은 내년 청사진조차 제대로 그리기 어렵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과 칩4동맹 등은 모두 폭발성 큰 주제들이다. 최근에 이어지는 무역적자 구조는 이러한 대내외 현실을 반영하는 통계치라 할 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초비상 국면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경제 기관차는 기업이다. 투자로 숨통을 터 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살고,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즐비하다. 법인세 인하, 규제개혁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는다면, 기업들 스스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도 기업도 비상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북·중·러 독재 맞서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절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인 독재체제로 퇴행하고, 김정은의 광기도 더욱 기승을 부린다. 7차 핵실험까지 예견된다. 중·러는 북한 후견자를 자임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력화한 뒤 대한민국에 대해 서슴지 않고 ‘안보 간섭’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사드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푸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보복 경고까지 했다.
대한민국 안보는 단순히 한반도 내에서의 대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중·러 도발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 3각 공조 및 확장억제 강화가 기본이다. 한·미 연합훈련의 업그레이드도 중요하다. 시 주석의 ‘대만 무력 사용 불사’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이 호주와 안보협정을 체결한 것이나, 지난해 호주가 미·영과 오커스 협정을 맺은 것 등을 참고해 자유 우방들과 안보 협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巨野 발목잡기와 포퓰리즘 악습 절연 급하다
경제·안보 분야는 그래도 길이 보이지만, 정치 분야는 암담하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발목잡기에 몰두해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반대했고, 지난 8월 29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를 두 달 넘게 외면하며, 여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까지 지연시켰다. 입법권을 악용한 포퓰리즘도 두드러진다.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등 수두룩하다.
정치 양극화, 강성 팬덤에 휘둘리는 정당정치, 그에 편승한 포퓰리즘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이재명 방탄’ 탓에 더욱 악화한다. 그렇다고 해서 윤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창간 31주년을 맞은 문화일보는 전환기에 필수적인 ‘전환적 리더십’을 계속 제안하는 한편, 각 분야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격려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국민과 독자 앞에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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