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의료데이터 개방 ‘역주행’ 논란

이관범 기자 2022. 11. 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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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이 정당한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 요청조차 가로막고 있어 소비자를 위한 보험 상품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험 업계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21년 12월 건보공단의 권고 사항을 반영, '암과 심뇌혈관질환의 질병 부담지수와 관리지표 개발 연구'를 위한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 건을 다시 신청했다.

의료계와 보험업계는 공동 의료 데이터 활용을 두고 견해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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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 의료계 입장…

“보험료 인상 자료 활용할 수도”

보험업계는…

“보장범위 · 보험료 산정 위한 것”

경제계는…

“민간 혁신 막는 ‘그림자 규제’”

건강보험공단이 정당한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 요청조차 가로막고 있어 소비자를 위한 보험 상품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험 업계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규제혁신·철폐 방침에 역행하는 공공기관의 미온적인 태도로 민간의 공동 의료 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 서비스 정책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21년 12월 건보공단의 권고 사항을 반영, ‘암과 심뇌혈관질환의 질병 부담지수와 관리지표 개발 연구’를 위한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 건을 다시 신청했다. 건보공단은 앞서 같은 해 9월 한화생명 등 5개 보험사의 이용 신청 건에 대해 모두 미승인 결정을 내리고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건보공단이 타당한 이유 없이 무기한 심의를 미루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건보공단에 해당 연구 기대 효과로 ‘질환 발생률 관점을 넘어 의료비 관점에서 질병 수준을 평가해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연구와 관련 정책 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학계와 공동 연구, 투명한 결과 공개, 자료 제공의 최소화, 국민 이익 부합 등 권고 사항을 반영해 재신청한 것”이라며 “하지만 건보공단은 지난 10개월 동안 재심의를 위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상품 개발 등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 목적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8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없어도 보험사가 건강·질병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법령 해석을 제시했다. 법제처·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2021년 1월과 3월 ‘보험 상품 개발에 보건 의료 분야의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령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의료계의 우려만을 의식한 나머지 사실상 묵과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지적이다. 의료계와 보험업계는 공동 의료 데이터 활용을 두고 견해차를 보인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공동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큰 질환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을 거절토록 하고 보험료 인상 자료로 삼는 등 유리한 방향으로만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의료계 우려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관계 법령에 따라 합리적 통계에 기반을 둬 위험률을 산출하고 보장범위와 보험료율을 산정하고 있다”면서 “금융감독기관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어 부당 행위 가능성도 어느 산업 분야보다 낮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형적인 ‘그림자 규제’ 사례로 보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공공 데이터 전면 개방은 현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면서 “산하 기관에서 심의를 빌미로 무기한 결정을 미루게 되면 결국 민간의 혁신 추구를 가로막는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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