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놀이서 한발 더 나아간 '한국의 탈춤'…지역마다 특색 제각각
"등재 계기로 관심 더 커졌으면"…탈춤 단체, 이달 말 광화문서 축하공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한국의 탈춤'은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우리 전통문화다.
탈춤은 연기자가 탈을 쓰고 재담이나 춤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공연예술을 일컫는다.
언제부터 탈춤이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탈이나 탈춤은 원시 수렵과 어로 생활에서 동물 탈을 쓰고 위장한 뒤 사냥의 성과를 올리는 한편, 사냥 성공을 기원하며 탈춤을 추거나 암각화에 새김으로써 그 염원을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삼국시대 문화에서도 탈춤의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백제의 기악(伎樂), 신라의 처용무(處容舞) 등이 탈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악은 사찰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돼 오늘날 티베트 불교에서 포교적 성격으로 선보이는 탈춤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한다.
탈춤은 고려나 조선 시대에도 각종 행사나 '산대'라고 불리는 무대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한국의 탈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게 특징이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는 양주별산대놀이,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강릉단오제 중 관노가면극, 북청사자놀음, 봉산탈춤, 동래야류, 강령탈춤, 수영야류, 송파산대놀이, 은율탈춤, 하회별신굿탈놀이, 가산오광대 등 13건이 있다.
시도무형문화재는 강원무형문화재 속초사자놀이, 경기무형문화재 퇴계원산대놀이, 경북무형문화재 예천청단놀음, 경남무형문화재인 진주오광대와 김해오광대 등 5건이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오광대는 남부지역의 탈춤을 가리키는 말이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부산 동래, 수영 지방에서는 '야류'(들놀음), 통영·고성·가산 지방에서는 오광대로 불린다.
이 중 통영오광대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문둥탈, 풍자탈, 영노탈, 농창탈, 포수탈 등 5개 과장으로 구성되며 3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양반과 파계승의 풍자, 처와 첩의 문제 등 삶의 면면이 녹아있다.
매년 단오나 하짓날 밤에 펼쳐졌던 봉산탈춤은 흰색 털의 사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봉산탈춤에는 상좌, 원숭이, 취발이, 샌님, 서방님, 종가집 도련님, 말뚝이 등 등장인물이 36명에 이른다. 다른 탈춤에 비해 춤사위가 활발하고 장삼 소매와 한삼을 경쾌하게 휘날리는 몸짓이 화려한 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약 500년 전부터 '별신굿'을 하며 탈놀이를 해왔다고 전한다.
별신굿은 3년, 5년 혹은 10년마다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서낭)님'에게 마을의 평화와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굿으로, 굿과 함께 펼쳐지는 탈춤은 파계승에 대한 비웃음과 양반에 대한 신랄한 풍자·해학을 담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탈을 태우며 즐기는 이른바 '뒤풀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학계에서는 우리 탈춤이 단순한 '탈놀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부조리나 갈등, 도덕적 모순 등을 유쾌하게 풍자하면서도 그 끝에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춤과 차별된다고 본다.
한국민속학회장을 지낸 정형호 무형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탈춤은 오랜 기간 다른 공연예술과 함께 전승돼 왔고, 지역적으로도 다양하게 분포돼 온 우리의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탈춤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한국의 탈춤은 탈을 쓰고 잡귀를 쫓아내는 원래 모습에서 변화해서 다양한 현실과 삶을 녹여내고 그 안에 현실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내용도 잘 담아낸 게 특징"이라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탈춤 관련 단체들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향후 탈춤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를 바랐다.
김성해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보존회장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최근 들어 탈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 우리 단체만 해도 회원이 불과 80여 명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년은 코로나19로 공연을 하기조차 쉽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로 관심도 다시 불러일으키고 정부 차원에서도 무형유산 보존, 인력 양성 등에 있어 제도적 지원이 더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탈춤단체총연합회은 이달 말∼12월 초에 걸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축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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