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철 지난 ‘종전선언 쇼’

김남석 기자 2022. 11. 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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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종료하는 미국 연방하원 제117대 회기에는 '한반도 평화 법안'(H.R.3446)이라는 명칭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지난해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전날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6·25전쟁 종전선언, 평화협정 추진,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지원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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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올해 말 종료하는 미국 연방하원 제117대 회기에는 ‘한반도 평화 법안’(H.R.3446)이라는 명칭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지난해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전날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6·25전쟁 종전선언, 평화협정 추진,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지원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2020·2021년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거듭 제안하고 임기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빼닮은 법안이다. 민주·공화 의원 44명이 지지 서명했다는 외형만 보면 ‘미 의회에도 문 정부 대북정책에 공감한 의원이 적지 않구나’ 생각되지만 법안 발의·진행 과정을 보면 의문이 적지 않다. 법안은 문 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한인유권자단체가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 성향 의원들을 접촉해 기초작업을 했다. 실제 셔먼 의원은 1월 한 인터뷰에서 “모든 아이디어는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과 최광철 대표가 알려준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중간선거가 끝나면 미 의회는 ‘레임덕 세션’에 돌입한다. 선거 승패가 갈린 상태에서 은퇴·낙선 의원이 적지 않은 탓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는 예산안 등 긴급 사안 외 법안 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발의 이후 의회에서 변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한반도 평화 법안 역시 회기 내 통과는커녕 재론 가능성도 희박하다. 미 언론·선거 전문가 예상대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경우 입법 가능성은 아예 ‘제로’(0)에 수렴한다. 법안에 지지 서명한 의원 중 공화당 소속은 앤디 빅스(애리조나) 의원 1명에 불과한 반면, 지난해 12월 한국계 영 김(캘리포니아) 의원 등 공화당 의원 35명은 종전선언 반대 서한을 바이든 행정부에 보냈다.

2개월 뒤 폐기될 한반도 평화 법안 얘기를 새삼 꺼내 든 것은 법안 발의를 주도한 KAPAC이 오는 14∼15일 워싱턴DC에서 ‘2022 한반도 평화 콘퍼런스’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KAPAC 측은 한인사회 인사 300여 명이 모여 한·미 관계 발전의 새 도약점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1년 반 넘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법안이 회기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무엇보다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탄도미사일 발사·포격·군용기 출격 등 전방위 도발을 계속하고 7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비핵화 빠진 종전선언 주장은 한가로움을 넘어 무책임하다. 특히, 이번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야당 국회부의장을 단장으로 국회의원 5명이 예산을 들여 방미할 예정이다. 참고로 여야는 4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행사 당일인 14∼15일 경제 부처 예산심사를 벌이는 등 연중 가장 바쁘다는 예산국회에 돌입한 상태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한국 전문가는 “중간선거 후 의회가 개점휴업인 데다 북한 7차 핵실험까지 점쳐지는 상황에 ‘철 지난’ 종전선언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결국 목적이 법안 통과가 아닌 한국 국내정치용이 아닐까 싶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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